'3대 발명'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돌, 금속, 동물의 가죽과 뼈, 비단 등이 사용됐다. 앗시리아의 왕묘에 부장된 돌에서 볼 수 있는 상형문자, 중국 고대 은나라시대에 거북이 등껍질이나 짐승의 뼈에 기록한 갑골문자 등이 그 예다.

성경은 오랫동안 양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에 기록돼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대나무 조각에 나무 즙을 이용해 글씨를 쓴 뒤 그 조각들을 끈으로 묶어 책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비단은 이들보다 사용하기가 편했지만 너무 비싸 소수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나일강가에서 많이 자라던 갈대류의 ‘파피루스’라는 식물을 이용했다. 파피루스의 줄기를 얇게 저며 가로·세로로 맞추어 놓고 끈끈한 액을 발라서 붙게 한 다음 말려서 종이처럼 사용했다. 종이의 영어 표기인 ‘paper’는 이 파피루스(papyrus)에서 유래된 말이다.

종이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중국 후한 시절의 채륜이다. 그는 AD 105년 나무껍질(꾸지나무의 섬유), 넝마(비단·마의 직물류) 등을 절구통에서 짓이겨 물을 이용해 종이 만드는 법을 개발했다.

요즘처럼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18세기 말 프랑스인 로베르가 개발했다. 그는 말벌이 나무조각을 씹은 다음 침을 섞어서 펄프를 만들어 집을 짓는 것을 보고,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펄프를 이용한 기계 제지법은 급속히 발달했다.

오늘날 컴퓨터의 발달로 종이의 사용이 줄고 있지만 종이는 여전히 지식 전달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종이로 만드는 책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자·인쇄의 발명과 함께 종이의 발명을 인류의 생활을 바꿔 놓은 ‘3대 발명’이라고 한다.

수천년간 인류가 쌓아온 지식은 문자를 통해 저장되고, 종이를 통해 기록·전달됐으며 인쇄를 통해 대량 보급돼 오늘의 인류 문명을 이뤘다.

매일 매일 신문과 책을 대하면서 ‘3대 발명’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에 젖을 때가 많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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