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리'

‘오다리’는 의사의 지시(Order)를 받아 의료행위를 벌이는 비의료인을 일컫는 의료계의 은어다. 병원에서 오래 근무해온 보조원이나 남자 직원들이 곁눈질로 의술을 배운 뒤 의사와 함께 직접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의사인력이 크게 부족해지자 병원들이 이들을 암묵적으로 고용해 수술 등 전문적인 의료행위에까지 가담시키고 있다. 이들은 중요한 수술 준비는 물론 지혈 및 봉합, 심지어 부러진 뼈 맞추기 등 전문적인 수술행위를 담당하고 있다. 오다리 가운데 일부는 간호 조무사 자격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의사·간호사)을 보조하는 단순업무만 맡도록 돼 있어 수술의 경우 전등 조절, 바닥 청소, 환자 옮기기 등만 할 수 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 병원이 방사선과 촬영기사, 구급차 기사, 원무과 직원 등을 교육해 오다리로 고용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부 지방병원의 경우 이들 오다리가 없으면 정상적인 수술이 어려울 정도다. 오다리 경력을 가진 원무과장이 병원을 개업하고 관리의사를 고용한 뒤 오히려 의사에게 성형수술 기법을 가르칠 정도다.

통상 종합병원에서 다리뼈가 부러진 환자를 수술할 때는 정형외과 의사 4명이 동원된다. 절개 부위를 양쪽으로 벌리는데 2명, 부러진 뼈를 맞추는데 1명, 맞춘 뼈를 고정시킬 금속판을 대고 나사를 박는 의사 1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다리를 고용할 경우, 의사 1명과 오다리 1,2명, 간호사 및 마취의사 각 1명이 참여한다. 집도의를 제외한 의사 3명이 해야할 일을 모두 오다리가 맡는다.

병동을 회진하며 상담과 처치까지 할 정도의 ‘준의사’ 오다리도 있다. 오다리가 외과수술까지 하는 곳도 있다니 환자생명을 포기하는 꼴이다. 전국적으로 500여명의 오다리가 활동중인 것으로 의료업계에서는 추정한다. 그러나 환자나 그 가족들은 오다리와 의사를 구분 못한다. 그것이 문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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