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전쟁을 반대한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녈(BLI)’은 전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활동중인 국제 조류보호단체다. 이 BLI이 최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이라크정부, 유엔환경계획(UNEP)에 이라크전이 환경에 미칠 위협들을 담은 보고서를 보냈다.

BLI는 환경 재앙 내용에 대한 각종 정보는 물론 지도와 사진 등을 포함한 이 보고서에서 전쟁은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은 전쟁이 끝나고도 오랜 기간 지속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중요한 야생생물 및 서식지의 훼손을 피해달라고 유엔과 이라크측에 촉구했다.

BLI는 1991년 걸프전 당시 환경파괴 현황과 최근 벌어진 발칸반도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 따른 각종 자료를 참고로 작성했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신체적 파괴 및 장애, 전투와 고의적 손상으로 인한 원유유출 및 유전화재에 따른 독성물질 오염, 대량살상무기 사용 및 군사·산업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인한 방사능·화학·독성물질 오염, 야생동물 감소 및 서식지 훼손 등을 중요한 위험으로 지적했다. BLI는 각종 식물류의 파괴, 토착종의 멸종 위기, 사막 파괴 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걸프전 당시 600만∼800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돼 사상 최대의 해상오염을 기록했으며 그 결과 해안에서 560㎞ 떨어진 곳까지 오염돼 간조와 만조 사이의 해양 생태계를 거의 말살시켰다. 특히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의 경우 제1차 걸프전 당시 1만5천㎢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90% 이상이 파괴돼 50㎢로 줄어 들었다고 한다.

UNEP에 따르면 이라크의 고의적인 파괴로 습지가 거의 황폐화되다시피 했으며 이로 인해 시베리아에서 남아프리카에 이르는 범지구적 생물다양성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환경재앙은 인류가 겪는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라크 공격준비를 끝냈다고 공언하고 있다. BLI의 주장처럼 새들만 인간들의 전쟁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산천초목은 전쟁을 증오한다. 인간들은 특히 전쟁광들은 짐승들의 목소리, 초목의 숨소리를 듣지 못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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