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특검법안 재의요구 여부?

대북송금과 관련한 특검법안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거부권 쪽으로 가닥을 잡고 한나라당은 일고의 논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청와대를 압박한다. 청와대에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결론부터 말하여 대통령의 재의요구, 즉 거부권행사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남북관계는 외교다. 외교에는 또 상대가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 이산가족 상봉이나 비무장지대(DMZ) 육로개통 그리고 경의선 연결 등 남북교류 및 협력사업을 부정하고 다시 6·15선언 이전의 극한 대치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면 또 모르겠다.

물론 북 핵문제 등 난제는 아직도 많다. 하지만 어렵게 여기까지 온 남북관계를 되돌려 악화시키는 것은 민족의 불행이다. 재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이에 있다. 특검법안은 경위가 어떻든 모처럼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튼 남북관계를 송두리째 뒤엎는 내용이 너무 많다. 특검 대상과 기간을 줄이는 여야 협상이 요구된다.

특검법안의 통과 방법도 문제가 없지 않다. 한나라당의 의원총회를 방불케 하는 원내 교섭단체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비록 무효라 할 수는 없어도 의회민주주의에 합치된다고 보기엔 심히 의문이다. 그렇다 하여 사회를 본 국회의장을 상대로 사퇴권고 결의안을 국회에 낸 민주당의 처사 또한 온당하지 않다. 특검법안을 거부하면 파국밖에 없다는 한나라당의 협박 역시 합리적인 처신이 아니다.

대북송금이 실정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나 불가피성도 고려할 여지가 없지않다. 정상 회담을 설령 돈을 주고 샀다하여도 그렇게라도 하여 평화를 일군다면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을 갖는다. 결국 그것이 오늘의 핵 문제로 인하여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지탄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더 말할 것 없이 대북송금의 전모는 밝혀야 하고 또 밝혀질 것으로 믿지만 이엔 시기란 게 있다. 과거의 족쇄때문에 역사의 발전을 발목잡는 불행이 더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대북송금은 또 과거의 예와 같은 국내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주목되는 재의요구,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능에 속한다. 한나라당이 의결한 게 법에 의한 것이라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만약 있다면 이 또한 법에 의한 것이므로 이 역시 법에 따라 국회가 처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헌법은 ‘대통령은 평화적 조국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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