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냇물에서 나간 연어 치어가 북태평양까지 갔다가 팔뚝만한 대어가 되어 산란을 위해 회귀할 땐 정확히 태어났던 냇물로 돌아온다. 시베리아와 남양 군도를 오가는 철새는 수십만리를 날아간다. 제비는 지난해 둥지를 지었던 집으로 다시 날아들곤 한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다. 연어가 어떻게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고, 철새가 어떻게 방향을 알고 날아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학계의 자기설 등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다만 설일뿐 딱 부러지게 규명해 내진 못하고 있다.
신비로운 건 또 있다. 출항하여 파선하게 될 배는 쥐가 미리 알고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배에서 도망쳐 나온다. 지진이 일어나려면 동물들이 미리 알고 이상 조짐을 보인다. 작은 개미, 큰 산짐승, 물고기 할 것 없이 지진을 미리 감지한다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하고, 우주선을 하늘에 쏘아대는 인간이지만 미물보다 못한 면이 있는 게 역시 인간이다.
이라크 공격 태새에 들어간 미국 지상군이 이동할 때마다 닭장을 신주단지처럼 트럭에 싣고 다닌다고 한다. 닭이 화학무기 탐지용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오염지역에 진주할 때 독가스 등 화학적 작용에 의한 병사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닭실험을 KFC(Kuwaiti Field Chicken) 작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니까 닭을 미리 풀어 죽는 등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병사들로 하여금 방독면을 착용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탐지장비가 고장난 것에 대비키 위한 것이라지만 하필이면 닭이 오염지역 선봉장으로 선택된 게 흥미롭다. 닭이 그만큼 화학반응에 예민하기 때문이긴 하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엔 최첨단 무기가 동원된다. 최첨단 무기로 벌이는 전쟁에도 원시적 방법의 유독가스 탐지가 불가피한 것은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다.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연의 신비와 섭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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