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취임식에 개인 소유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와 화제를 낳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앞으로 달지 않겠다고 선언한 국무위원 ‘배지’가 또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다. 배지는 제1공화국 시절인 1948년 8월 국무위원과 차관들에게 교부하면서 부착 관행이 시작됐다. 1988년 2월엔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배석자로 교부대상이 확대됐고, 1996년 11월부터는 차관급 청장에게 지급됐다.
현재의 배지는 장관 또는 장관급, 차관 또는 차관급 58명에게 임명과 동시에 두개씩 지급된다. 국무회의에 참가하는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19명과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배석자 3명 등 22명의 장관(급)에게는 ‘국무위원 배지’가 주어진다. 또 차관회의 구성원인 행정부처 차관 19명과 차관급 청장 17명등 36명의 차관(급)에게는 ‘차관 배지’가 지급된다. 같은 장·차관급이라 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장, 부패방지위원장, 인권위상임위원·사무처장 등 국무회의·차관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관 배지는 국회의원 배지처럼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신분 확인용으로 만든 ‘비표’라는 점이 문제다. 정부청사를 드나들 때 신분증을 제시하는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한 용도라는 것이다.
국무위원 배지는 지름 1cm 정도 크기의 금도금으로 홍색 바탕원에 무궁화 꽃 문양이 들어가 있고 차관 배지는 크기와 문양은 동일하지만 바탕이 청색이다. 조선조 관복과 가슴에 두르는 흉배(胸背)를 원용한 것이다.
조선조 관복은 태조 때부터 장관급인 2품까지는 홍포, 3품부터 6품까지는 청포, 7품부터 9품까지는 녹포를 착용했다. 흉배는 단종 2년인 1454년 처음 사용됐으며 복색과 일치되게 바탕색을 썼다. 그러니까 장·차관들이 관련 규정도 없는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은 신분 과시용이다. 모든 공무원에게 신분증이 있는데 유독 장·차관만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은 권위의식 탓이다.
정부에서나 장·차관이 벼슬이고 행세하는 자리이지 국민에게는 일개 공복에 지나지 않는다. 장·차관 배지를 달고 전철을 타거나 저자거리를 걸어 봐라.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다. 장·차관 배지 부착 대신 공무원증을 패용하기 바란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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