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는 서민들의 생선이다. 회로 치면 고소하고, 한치 등과 버무리면 매콤하고 쫄긴 맛을 낸다. 석쇠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젓갈로 담가 밑반찬으로 먹어도 된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지방에 따라 ‘반댕이’ ‘빈징이’ ‘순뎅이’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청어과에 속하며 몸이 납작하다. 커봤자 어른 손바닥 크기 밖에 안되는 밴댕이는 희멀건 눈과 형편없는 몸매 등 외모는 별볼 일 없지만 맛만은 겉다르고 속다르다. 하기야 돼지도 못생겼지만 고기는 맛있고 금붕어는 예뻐도 먹는 사람들을 못봤으니 밴댕이의 외모를 말하는 것은 괜한 소리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밴댕이는 젓갈을 담그거나 몇몇 뱃사람들만 회로 먹을 뿐 일반인에게는 거의 관심없는 생선이었다. 성질이 급해 육지 구경도 하기 전에 그물에서 죽어 버리는 데다 살이 물러 부패하기 쉬운 탓에 보관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아 보니 밴댕이는 특히 강화도 것은 임금 수랏상에까지 올랐다. 또 밴댕이젓은 진미중 하나로 취급됐으며 진상품이나 공산품에도 끼었을 정도다. 조선시대에는 밴댕이의 진공을 관장하던 별도 기관까지 있었다. ‘난중일기’ 5월21일자에는 이순신 장군이 밴댕이젓을 전복 어란과 함께 모친에게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4월부터 7월중순까지 주로 잡히는데 “강화도의 밴댕이를 포식했으면 외박하지 말라” “ 80대 노인이 밴댕이를 자주 먹으면 주책을 부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로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흔히 속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고 말한다. 어부들이 성질이 급한 밴댕이의 특성을 일상 생활에 빗대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말이다. 그물에 잡힐 때 받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며 올라와서는 파르르 떨다가 곧 바로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주위엔 아닌 게 아니라 ‘밴댕이 같은 사람’이 더러 있기는 있다.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사람은 절대 되지 말라 ”고 스스로에게 당부할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지지대자 역시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맛은 좋다고 하니까 다행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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