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관리 등한시하는 당국

경기도내 대부분의 어린이 놀이터가 기생충란으로 인한 토양 오염으로 어린이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본보의 보도가 4회에 걸쳐 나왔다. 어린이 집 놀이터 안에 아이들의 IQ발달을 위해 닭, 토끼, 강아지 등의 동물사육장을 설치해 놓은 경우 토양에서 기생충란이 100% 검출된다니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모래속 기생충란은 주로 놀이터에 출입하는 개와 고양이의 배설물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봄과 가을에 창궐한다고 한다. 또 아파트 준공연도가 오래될수록, 놀이터 주변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의자 주변, 나무 및 등에서 기생충이 다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도 및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서는 애완견의 놀이터 출입관리와 동물배설물 관리, 어린이집 내의 동물사육장 점검·지도 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인력부족, 예산문제 등으로 놀이터 주변의 쓰레기만 수거할 뿐 관리를 못하거나 관리방법조차 숙지하지 않은 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대책은 더욱 심하다. 1971년부터 5년에 한번씩 전국적인 기생충 감염 실태조사를 벌여 왔지만 1997년 이후 기생충 감염률이 감소했다고 판단, 지난해 실시해야 할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 기생충 감염실태 조사에 대한 예산이 많이 들고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으로 필요성 여부 논란이 일어 지난해에는 예산자체를 확보하지 않았고 2005년 쯤에나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한림대의대 기생충학교실의 조사결과는 취학 전 어린이의 요충감염률이 1997년 1.85%, 1998년 3%, 2001년 9.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에서도 집단생활을 하는 어린이의 요충감염률이 평균 15%라고 밝혔다.

이토록 기생충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이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국민, 특히 어린이 건강 관리에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자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가족의 건강은 가정이 먼저 책임져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 건강은 부모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놀이터에서의 기생충란 발생은 애완견 등 소유자들의 공중도덕 의식 결여에도 원인이 있다.

그렇다해도 정부나 지자체가 기생충 관리에 소홀히 하는 것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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