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外治구상 뭣인가?

부시의 명분없는 이라크 공격의 디데이 결행이 오는 17일 이루어진다면 전쟁 후의 일이 더 큰 문제다. 전쟁은 미군의 일방적 게임이 되므로 결과는 뻔하다. 미국의 승리가 결코 미국의 축제가 될수 없으므로 하여 전후의 일이 더 복잡하다.

미국의 전쟁 후유증, 미국 경제 침체의 심화, 부시 재선의 불투명, 이같은 미국 자국내 관측은 그들 국내 일이므로 그렇다고 칠 수가 있다. 세계 경제난의 가중, 부시의 지도력 위기가 가져오는 서구 중심의 새로운 국제정치 블록화 등 차후의 세계질서 혼란이 참으로 염려된다.

이 과정에서 부시는 이라크전에서 승리하고도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 핵 문제와 관련된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직접적 관심사는 바로 이 대목이다. 부시는 이라크 문제를 연일 제기하는 가운데서도 북에 압박을 계속 가해 왔고 북의 대응은 그럴수록이 더욱 강경해져 미사일 연속 실험 발사 등으로 맞받아 치기에 이르렀다. 이라크 문제 이후 본격화가 우려되는 북·미관계의 악화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곧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

상황이 이러 함에도 불구하고 북 핵에 대한 우리의 타개책이 무엇인가를 잘 알 수가 없다. 북의 핵 용납 불가, 평화적 해결 다짐은 지극히 원론적 수위다. 지금은 원론적 수사로 북·미 대결의 평화적 해결이 기대되기 어려운 단계다. 정부의 고충은 짐작이 간다. 북 핵 해결의 외교적 대처를 미리 밝히기가 어려운 애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또 미국과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시일이 요할 것이다. 더욱이 부시의 강경일변도가 자국에서도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서는 이견 조율에 덮어놓고 부시의 의견에만 따라 갈 수가 없다.

우리가 걱정되는 것은 이런저런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새 정부의 대외 밑그림이 너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가시적인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데도 아직 이런 게 없다.

미국과 이라크전 후의 국제정세, 대미외교, 북 핵 해결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새 정부의 구상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국내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외 문제 또한 중요하다. 현안의 외치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국민에게 체감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