奸과 惡

중국 춘추시대 제(帝) 환공은 역아라는 신하가 요리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렀다. “듣자 하니 요리를 잘한다고?”라고 물었다. 역아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환공이 말했다. “과인이 이 세상의 맛있는 요리라면 먹어 보지 않은 것이 없는데 단 한가지 사람고기는 못 먹어 보았다. 사람고기의 맛은 어떤가?” 물론 농담이었다. 환공은 별뜻 없이 한 말인데 역아는 그냥 들어 넘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역아는 환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세살난 자기 아들을 죽여 요리로 만들어서 환공에게 바쳤다. 처음에 환공은 역아의 이런 행위에 마음이 언짢았지만 역아가 자기 자식보다 황제인 자기를 더 사랑한다고 여겨 역아를 총애하였다. 나아가서 명재상 관중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도록 맡기기까지 했다.

동한의 질제는 황제가 됐을 때 아홉살이었다. 양기라는 자가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질제는 나이는 어렸지만 총명하고 예리하여 제멋대로 설치는 양기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

한번은 대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양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자가 자기 멋대로 설쳐대는 장군인가!”라고 창피를 주었다. 이 일로 원한을 품은 양기는 기회를 엿보다 내시를 시켜 병에다 독약을 넣어 질제에게 보내도록 했다. 그것을 약인 줄만 알고 삼킨 질제는 배가 뒤틀려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말았다. 이렇게 간신에게는 미치광이에 가까운 권력욕이 있다.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탈취하고 지키기 위해 정신 나간 이리처럼 사람을 해친다. 필요하다면 사람 죽이고 재물 빼앗기를 서슴지 않는다. 처자식이나 부모 형제 마저도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한 제물로 삼는다. 그러나 그들은 살인마처럼 드러내 놓고 일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교활하다.

‘악’은 ‘간’과 같지 않지만 ‘간’과 ‘악’은 뗄수 없는 관계다. 간악은 흉악보다 더 흉칙하고 잔인하다.

‘환공’과 ‘질제’는 ‘역아’와 ‘양기’의 간악함을 모른 권력자였다. 역아와 양기는 지금도 죽지 않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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