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조지 W 부시의 한·미 두나라 대통령 전화통화는 시의 적절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먼저 노 대통령에게 걸어온 이 통화는 15분여에 걸쳐 진지한 의견이 교환됐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적극 배제된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미국의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차단, 북 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거듭 다짐된 것은 미국의 선제 공격이 없을 것으로 보아 안도감을 갖게한다. 북·미간의 그간 경쟁적 강경책으로 불안감이 조성된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외교적 노력에 의한 해결을 재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또 일관된 우리측 주장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이라크 문제에 대해 전폭적 지지를 표명한 것은 현실적 국익을 감안한 것으로 보여져 이해할 수가 있다. 부시의 대이라크 전쟁 정책을 비판해온 본란은 아직도 그같은 생각엔 변함이 없으나,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그같은 외교적 지지표명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또 노 대통령의 지지는 가히 고립 상태에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상당한 힘이 실렸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 관계에 문화적 차이로 야기된 정서적 갈등이 한동안 심화돼 우려된 바가 있었으나 이번 두나라 정상간의 전화 통화로 상당부분의 앙금이 희석될 수 있게 된 것은 양국을 위해 심히 다행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방미를 직접 초청한 것 또한 눈 여겨 볼만하다. ‘제 집무실의 손님으로 오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방미를 진심으로 바라며 훌륭한 방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정중한 초청은 우리측이 지닌 동맹관계의 높은 비중을 시사했다고 보아진다.
한·미 관계엔 앞으로 논의돼야 할 현안이 여기에 열거할 수 없을만큼 참으로 많고 모두가 중요한 것들이다. 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하여 두 나라 정상이 갖는 허심탄회한 대화는 의미가 아주 깊다. 북 핵 문제 역시 이번 전화통화로 이미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외무회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해법이 모색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미 관계에서 친미나 반미의 편향된 시각은 무익하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불가피한 파트너다. 두 나라의 공동이익 증진을 보다 합리적으로 보는 동반의식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한·미 관계가 물론 순탄하지마는 아닐 것이나 우호적 동맹관계의 본질엔 다름이 있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노무현·조지 W 부시의 한·미 두나라 정상의 전화회담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