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기존 체제에 매이기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문화를 주장했던 ‘히피족’은 물질적 풍요로움보다는 정신적 자유를 중시하는 현대적 의미의 ‘보헤미안’ 문화를 대변했다. 특정한 세대나 직업별·문화별 그룹이 ‘족(族)’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것이다.
상업적 의미의 족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 미국 ‘여피족’이 최초다. 여피(yuppie)는 젊고(young) 도시화된(urban), 전문직업인(professional)을 뜻한다. 물질에 연연하지 않는 히피족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딩크족’은 1990년대 중반에 회자됐다.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는 여피 중에서도 가정생활보다 개인의 인생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딩크족은 수 많은 아류를 갖고 있다. 한 두명의 자녀를 가진 맞벌이 부부를 나타내는 ‘듀크족’, 남편이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아내는 가정에서 가사를 돌보는 전통적 가정형태를 유지하면서도 2세는 갖지 않는 ‘싱크족’,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손자·손녀를 돌보는 데도 시간을 뺏기지 않으면서 취미생활로 말년을 즐기며 보내는 부부 ‘통크족’,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를 가리키는 ‘딘트족’이 있다. 맞벌이로 생활은 넉넉하지만 자녀 대신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딩펫족’은 최근에 등장했다.
20세기말부터 히피족으로 대변되는 보헤미안 전통과 여피족으로 상징되는 부르주아적 가치를 함께 지닌 ‘보보스(BOBOS)’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정보기술(IT)도 새로운 족을 낳았다. 디지털카메라에 심취한 ‘디카족’, 핸드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무장한 ‘폰카족’, 디지털화한 자신의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는 ‘웹캠족’,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 박혀 포테이토칩을 먹으며 PC에만 열중하는 ‘마우스포테이토족’도 있다. 요즘엔 25~35세의 성공한 전문직 여성을 상징하는 ‘쌔씨(sassy)족’이 한국에 상륙했다. ‘쌔씨’는 미혼(single), 경제적 여유(Affluent), 성공(successful), 멋쟁이(Stylish), 젊은이(young)를 뜻한다. 쌔씨족? 활력 넘치는 여성이 연상돼 좋다. 그러나 너무 고급스럽고 값 비싼 소비생활에만 탐닉하는 ‘무늬만 쌔씨족’이 늘어나는 게 걱정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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