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수정, 상생의 정치 구현

특검법의 공포는 상생의 정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대상선 대북송금 의혹사건에 정면 돌파를 기도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무회의서조차 거부권 행사가 마땅하다는 기류가 우세하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단독 통과시킨 특검법안을 원안대로 공포, 법률로 확정시켰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야당의 반발로 정국이 파국 국면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덴 특검법 수정의 여야 이면합의가 크게 작용했다.

대통령은 조건부 거부권 행사보다는 조건부 공포의 정치적 결단을 선택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나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민주당의 구주류 동향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검법 수정 관련의 여야 쟁점은 북측 계좌조사 공개 금지, 북측 인사 익명표시, 비밀누설 처벌조항 신설, 수사기간 축소, 중간수사 발표 폐지, 수사대상 축소 등이다. 이가운데 중간수사 발표 폐지와 송금의 북측 부분 등 수사대상 축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한나라당 역시 수용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또한 막상 협상 과정에서 무엇이 어떻게 또 달라지지 않을는지 주목된다. 특검수사의 한계를 자금조성에 국한하고 송금관계는 제외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제한적 특검제 복안을 야당이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지금의 남북관계 채널을 그나마 흠집내어 남북간 육로가 다시 막히는 등 극단의 대결 구도로 돌아가는 것이 국익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깊은 사려가 있어야 한다. 정치권은 특검제 처리를 당략 차원이 아닌 민족 차원에서 대처하는 대승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

특검법 공포는 또 야당의 수정 협조가 있을 것으로 믿어 거부권을 포기함으로써 가능하였다. 이는 정치적 신의를 전제한 것이다. 상생의 정치는 이런 정치 신의를 서로 존중하는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특검제 수정은 한나라당이 상생의 신의를 보여줄 차례가 된다. 민주당 구주류의 반발은 자제하는 게 좋다. 구주류의 입장에서는 제한적 특검제로 가는 수정이 차선책이다. 무작정 반발하기 보다는 이를 위해 협조하는 것이 순리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적 사고방식으로 정치발전을 저해해 왔다. 정치권은 이번 특검법 수정을 계기로 상생의 정치 구현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간곡히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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