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가서 휴대폰 꺼내놓지 마세요. 사람들이 웃어요” “이 휴대폰이 뭐가 어때서? 전화만 잘 되는데…” “요즘 그런 무전기 쓰는 사람이 어딨어요.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며칠 전 아들녀석이 고약한 소릴 하길래 한대 쥐어박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7~8년전에 구입한 휴대폰을 지금껏 사용하고 있으니 휴대폰 볼 때마다 교체하라고 성화를 부린다. 더군다나 유행을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유독 휴대폰만큼은 구식을 고수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가는 모양이다.
필자의 휴대폰은 요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촌스러울 뿐더러 기능, 사운드 모든 면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다. 전화 벨소리가 대여섯 개 정도의 기본음밖에 없으니 48화음의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벨소리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기능 또한 가장 단순한 것만 갖추었으니 인터넷, 게임, 동영상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휴대폰을 과감하게 갈아치우지 못하는 건 ‘애정’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정이 들었고 고장이 난 것도 아닌데 유행을 좇아 교체하는 건 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을 연상시키는 통신 아이콘은 마우스, 리모콘, 휴대폰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휴대폰은 현대인에겐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휴대폰 인생’이라 할 정도로 일상을 휴대폰과 더불어 지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xxx이벤트에 당첨됐습니다. 통화를 원하시면…”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모든 일상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통해 전혀 모르는 대상으로부터 정보를 받았고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는 이미 세상에 공개된 상태다.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과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고 정보검색, 메일 서비스, 구인구직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 구매연령이 점차 낮아져 중고생 입학 선물로 휴대폰을 건네고 10대를 겨낭한 휴대폰관련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좀더 작고 가볍게’를 모토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초소형 컬러 LCD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독일 IT전시회에서는 양방향 동화상 초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단말기와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폰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휴대폰 판매점마다 새롭게 출시된 고가 신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소비자의 휴대폰 교체시기를 갈수록 앞당기고 있다. 그야말로 휴대폰이 국민적인 관심사가 돼버린 느낌이다.
틱낫한 스님은 새 책 ‘힘’에서 이렇게 말한다. “차를 마시며 회사 일을 걱정하고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다면 차의 향과 맛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고 강조한다. 이 짤막한 경구를 잠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