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현상은 삼국유사나 이조실록 등 고문헌에도 나온다. 토우(土雨), 즉 ‘흙비’라고 했다. 그 때도 꽤나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옛 황사는 순수한 흙먼지의 입자였던 것에 비해 지금은 공해물질 투성인 점이 다르다.
중국이 개발지상주의로 치달으며 내뿜는 중금속 등 갖가지 오염 물질로 뒤범벅 된 게 이즈음의 황사다. 황사가 지나간 뒤 승용차에 수북이 덮친 황사를 문지르거나 세차해보면 얼마나 오염됐는가를 알 수 있다.
병균이며 병충도 옮긴다. 벼 농사에서 가끔 나타나는 신종 병해충은 황사를 타고 건너온 것들이다. 황사현상으로 사람들이 앓는 안질은 더러운 흙 먼지가 들어가 그렇다손 쳐도, 한 때 소에 무서운 질병으로 번졌던 구제역도 원인에 황사설이 있었다.
황사는 실로 봄철의 불청객이다. 몽골, 중국의 화북과 남만주 등에서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는 황사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거쳐 북태평양까지 날아간다. 하늘에는 4천m 높이까지 오른다. 중국에선 옛적에 황사를 가리켜 ‘황진만장’(黃塵萬丈)이라고 했던 게 지나친 말은 아니다. 황사현상이 극심하면 태양마저 빛을 잃어 황갈색으로 보이고 시계가 악화돼 항공기는 물론 지상의 차량 운행도 제한을 받는다.
정부가 황사 대책에 나섰다. 한·중 공동으로 올 연말까지 중국에 공동 감시관측소를 두 곳에 만들고 내년에 세곳을 더 설치한다는 것이다. 또 황사 발원지역에 방풍림 조성을 지원키로 했다. 일본도 방풍림 조성 지원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장기사업이다. 황사를 근절시키는 것도 아니다. 최선의 인력을 다하는 것 뿐이다.
자연의 황사대책도 좋지만 황사가 묻혀 옮기는 인재의 공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게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다. 황사의 계절이 또 닥쳤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