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실시한 최근 군 병영시절 실태조사 내부자료가 언론에 공개돼 아들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 모 사단 예하 부대의 경우 지은지 40년이 다 돼가는 내무반에 단열·방수 처리가 안돼 눈이 녹으면 물이 새고 난방이 꺼지면 실내 온도가 군 규정 온도보다 6~7도나 낮은 10~12도까지 떨어진다.
반면 한 여름엔 내무반 온도가 거의 매일 30도 이상 올라가 아예 창문을 떼낸 뒤 모기장을 쳐놓고 잠을 잔다. 40~60명이 몰려 잠을 자는 내무반에 설치된 선풍기는 고작 6대다.
물도 부족해 주민들의 집수정에서 물을 끌어다 쓰며 하루 두차례 30분~1시간씩 제한급수를 한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지만 물이 없어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실외 화장실을 쓰는 경우가 많다니 병사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체 육군 대대급 막사도 30%가 1950~1965년에 지어져 38년 이상됐다. 21~37년 된 것도 18.5%를 차지하고 있다.
수용소처럼 내무반별로 20~40명이 함께 몰려 생활하는 데다 병사 1인당 내무반 면적도 국방 시설 기준 10.5평에 미달하는 0.7~1평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50명 정원에 75명이 칼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미국·일본의 1인당 3평(내무반당 2~4평), 대만의 1인당 1.43평에 비하면 보통 열악한 게 아니다.
일부 부대에선 내무반이 모자라 비닐하우스를 내무반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화장실 변기 숫자도 병사 20명당 1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군인들은 부모에게 “저는 편안한 내무반에서 지내며 국토방위에 전념하고 있사오니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편지를 쓴다. 그런데 지난 15일 국방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낡고 좁은 내무반 등 병영시설을 개선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했다.
내년부터 내무반을 현재의 소대 단위(40여명) 침상형에서 분대 단위(10여명) 침대로 바꿔 나가고 현재 월평균 2만4천800원 수준인 병사들의 월급을 2006년까지 8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보고했다.
군 복무기간을 2개월 단축하는 것도 좋지만 제발 군인들이 편하게 잠잘 수 있도록 내무반 환경부터 앞서 개선하기 바란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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