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는 다원화 사회다. 시민단체 역시 다원화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경기도의회 제180회 임시회 4차 본회의장서 드러낸 한 시민단체의 추태는 유감이다. 토의 안건이 마음에 안든다하여 고성으로 방해하는 것은 실로 방청인의 자세가 아니다. 의안은 ‘주한미군 한강이남 재배치·주한미군 철수 및 북핵 반대 결의문 채택’에 관한 안건이었다.
본회의장의 수라장화로 의장은 부득이 시민단체 회원들을 퇴장시킨 후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회의 중간에 소란이 커졌던 것은 정회가 선포된 다음이므로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 시민단체측의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단상 토론 중인 의원에게 야유성 인신 공격으로 회의를 중단케 한 원천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정회 시간이라 해도 토의안건과 관련하여 충돌을 벌이는 것은 법리와 사리에 어긋난다.
본회의장에까지 동원되는 이런 압력 수단이 용인된다면 이건 의회민주주의가 아니다. 의회를 구성한 아무 의의가 없다. 의안은 마음에 무척 드는 것도 있고 마음에 심히 안드는 것도 있게 마련인 것이 민주 의정이다. 이를 부당하게 제재하려는 발상은 독선이다. 자기네 생각만을 고집하고 상대의 생각은 배제하는 이분법 논리는 지극히 위험하다. 더욱이 시민단체 가운데 이러한 단체가 있다면 다원화 사회의 존립 가치에 위배된다.
대체로 시민단체 활동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현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확대가 만약 독재 지향적이거나 폐쇄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없지않다면 이는 시민단체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 어떤 이유로든 의회의 운영은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하필이면 시민단체에 의해 이런 믿음이 훼손된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본회의 진행이 외부의 작용으로 중단된 사례는 아마 일찍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염려되는 게 유사 사건의 재발이다. 이번 사건을 간과하면 또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경기도의회의 자위적 조치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보아 주목하는 이유가 이에 있다. 의정유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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