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보도에 텔레비전 방송이 여전히 인기를 끈다. 속보성과 현장성 때문이다. 화염에 휩싸인 바그다드의 밤 장면이 나오곤 하였다. 그러나 별로 신통치 못하다는 시청자들이 있다. “걸프전 때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박처럼 쏟는 폭탄투하, 탄우가 빗발치듯 하는 야간교전 등 대체로 리얼리티한 장면을 이번에는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시가 국방성을 통해 전쟁 보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전 여론의 화살이 될 요소는 비껴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장면이 미국에 필요한 것이 아닌 이상, 생동감 있는 텔레비전 화면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쟁 참화의 실상이 보도되지 않는다 하여 전쟁 참화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셈이다.
이번 이라크전쟁 보도엔 유난히 오보가 많다. 미군측 피해를 줄이거나 항복하지도 않은 이라크 군이 무더기로 항복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이라크 군부를 향한 심리전인지 모르지만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
전쟁 참화의 접근이 제한되고 오보가 많은 덴 이유가 있다. 미군의 미디어 센터가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종군 기자들의 자유취재 지원 역시 미군 편익에 따라 좌우되곤 한다. 미 항공모함 트루먼에 승선한 ARD 특파원은 “정보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데다 그나마 제공된 내용도 전혀 검증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므로 하여 작전 지역에 임의로 뛰어드는 기자들과 이를 제지하는 미군 간에 승강이가 벌어지곤 한다. 지난 22일 영국 기자 3명이 바스라로 가다가 총격을 받은 뒤 실종되고 호주 기자 1명이 죽은 것도 단독취재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이번 이라크전쟁의 종군기자들 희생이 초장부터 유별나게 많다. 그 이유가 미 국익 위주의 뉴스 공급에 식상한 기자들이 독자취재에 나서는 위험을 전쟁이 격화할수록이 더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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