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얼마나 갈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이라크전의 종전이 후세인 제거와 일치되는 건지 아닌지도 잘 알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라크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나든 간에 전후의 일이 범상치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부시는 유엔을 무시하였다. 안보리의 표결에서 프랑스 등의 반대로 통과가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아예 표결을 기다리지 않고 전쟁을 시작했다. 유엔의 승인이 없는 전쟁은 국제법상의 공전(公戰)이 아닌 사전(私戰)이다.
전후의 미·영 블록과 비 미·영 블록 간의 갈등은 신냉전 양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가장 많은 유엔 분담금을 무기화 한 유엔의 무력화(無力化)로 안보리의 외면에 보복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1945년 10월 24일 유엔이 창설된 이후 58년만에 가장 큰 난관을 겪을 것이다. 어떻든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전같은 지위를 유지하긴 어렵다. 부시의 이라크 공격은 미국의 자존심을 살리는 게 아니고 되레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부시는 후세인에게 건 졸렬한 자존심 싸움으로 미국의 진짜 자존심에 속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지도력 약화를 가져왔다. 미국이 2차대전 후 지구촌 곳곳에서 성조기까지 불태우며 오늘과 같은 반전·반미 시위를 당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부시가 만약 열세 만회책으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또는 군사적으로 의도적 충돌을 일삼는다면 세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미군이 쏜 미사일에 맞아 영국 토네이도 전투기가 격추돼 조종사 2명이 숨진 것은 전자장비의 오류로, 피아 식별용 장치가 오작동된 탓으로 공표됐다. 사이버 인간 같은 부시의 오작동으로 뭐가 뒤죽박죽 되어가는 세기적 조짐이 아닌가 싶어 심히 걱정된다. 부시는 단 하루도 ‘전쟁’을 입에 담지 않은 적이 없을만큼 머리 속이 ‘전쟁’으로 꽉찬 인물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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