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교육부문 양허안을 지난달 3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했다. 94년 우루과이라운드 당시 한국은 교육부문 개방을 약속하진 않았다. 그러나 카타르 도하의 지난 2001년 11월에 열린 WTO 제4차 회의서 국제간의 교육개방 논의가 본격화되어 각국은 지난달 말까지 시장개방계획안을 담은 양허안을 제출하기로 했었다. 이에따라 오는 2005년 1월1일까지 협상을 끝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개방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번에 제출한 양허안은 초·중등 교육을 제외하고 고등교육과 성인교육 분야는 현행 법상의 모든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개방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더구나 이번 양허안은 제1차 안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더욱 개방할 수도, 또는 협상결과에 따라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급격하게 몰려오는 교육 개방의 파도를 보면 관계 당국자들의 인식과는 다른 점이 많다. 교육개방이라는 시대적 대세를 거역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과 같이 철저한 준비없는 상황에서 개방될 경우 그 피해는 불을 보듯이 자명한 것이다. 국경없는 경쟁시대에 선진교육과 경쟁을 해야 되고 이를 통해서만이 경쟁력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전제를 인정은 한다. 하지만 교육의욕만 강하지 실제 교육기반 시설은 선진국에 비하여 아주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 교육이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나라는 어느 국가보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고 또한 외국 교육기관을 선호하는 풍토이다. 한국의 해외유학생이 전세계에서 상위 랭킹인 상황에서 철저한 준비없이 외국 교육기관이 밀려오면 그나마 존재하던 국내 사립교육기관은 물론 공교육기관도 무너지게 된다.
공교육의 위기와 사교육의 비대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교육기관에 관한 교육 시장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폐쇄적인 교육 주권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은 그 나라의 뿌리이기 때문에 ‘교육백년지대계’하에 교육계획이 운영되어야 하는데,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교육개방이 되어 한국 교육의 뿌리가 흔들릴까 우려된다. 개방에 앞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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