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농부?

농촌의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해 올 한해동안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몽골 등 5개국에서 5천명을 받아들여 농가에 배정할 계획으로 마련한 ‘외국인 농업연수제도’가 농민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이유는 고용조건이 까다로워서다.

외국인 농부를 고용할 경우 최저 임금 52만원에 잔업, 특근수당 8만원, 산재·건강·국민연금 보험 및 퇴직금·연월차 보상 15만원, 숙식비 30만원을 합하면 최소 1백5만원 이상이 든다. 여기에다 외국인 농업연수생은 농가 사정과는 관계없이 3년동안 취업을 보장해 줘야 되기 때문에 언어 소통이 힘든 외국인 농부를 쓰느니 일당만 주면 되는 내국인을 고용하겠다는 것이 농민들 생각이다. 외국인 농부제 도입은 농촌 인력난 해소만을 생각한 나머지 너무 성급하게 도입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제기된다.

이 제도를 실시하려면 우선 시설원예와 축산(양계·양돈·소사육) 분야에만 한정돼 있는 대상을 과수원 농가나 쌀 전업농가에게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시설원예의 경우 경지면적이 4천㎡이상, 양돈농가는 1천㎡, 한우사육 농가는 3천㎡ 이상의 초대형 농가에만 고용 자격을 부여한 것도 적절치 않다. 중소규모 축산농장이 대규모 농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아 외국인 노동자에 관심이 많지만 이들에게 외국인 농부제도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숙박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도 우리 농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쾌적한 숙박시설이 완비된다면야 농가는 물론이고 외국인 농부에게도 좋은 조건이 되겠지만 아직은 실정이 따라주지 않는다. 기업체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도입 규정을 농가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농업연수생 제도를 굳이 실시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농촌실정에 맞게 대폭 수정돼야 한다.

우리 농가가 농사일을 하면서 기업체를 운영하 듯 농부의 퇴직금, 산재보장까지 신경쓴다는 것은 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농사 짓고 살다가 빚만 지고 울며 떠나는 농촌은 지금 비상시국이다. 이 판국에 그 이농인들을 붙잡을 대책은 세우지 않고 외국인에게 퇴직금까지 주며 농사를 지으라니 황당스럽다. 몇 마리 남지 않은 황소가 망가진 농기계 옆에서 웃고 있는 이유를 알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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