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大曲筆

신라말 대표적인 학자 최치원, 고려말의 정몽주, 조선중기의 퇴계 이황, 율곡 이이가 쓴 대중국 사대곡필은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최치원은 고구려와 백제를 중국의 ‘큰 벌레’ 라 비하하면서 당나라에 글을 바쳤다. “엎드려 아룁니다. 고구려와 백제의 전성시대에는 강한 군사가 백만이나 돼 남쪽으로 오나라와 월나라를 침범했고, 북쪽으로는 유주와 연나라와 제나라, 노나라를 침범해 중국의 큰 좀벌레가 수황(隋皇·수나라 양제)의 실어(失馭·나라를 잘못 다스려 패망함)한 것이 요동의 정벌로 말미암케까지 됐습니다” ‘삼국사기’ 본전에 기록된 ‘상대사시중장(上大師時中狀)’에 나온다.

정몽주는 우왕에게 ‘절원귀명(絶元歸明)’이란 상소를 올렸는데 명나라 사신을 천사(天使)라고 호칭한 낯 부끄러운 글을 남겼다.

퇴계는 예조판서로 재임할 때 일본 좌우위장군 미나모토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없고 인류에 두 임금이 없다. 춘추전국이 통일된 것은 천지의 법칙이고 고금에 변치 않는 대의인 것이다. 큰 명나라는 천하의 종주국이므로 해돋는 동방에 처한 우리나라가 어찌 감히 신복(臣服)지 않겠는가”라고 썼다. 이어 “단군에 대한 기록은 허황하여 믿을 수가 없고 기자가 와서 조선을 통치하게 돼 비로소 문자를 알게 됐다”고 했다.

율곡은 ‘공로책(貢路策)’에서 “중국과 먼 곳에 떨어져 있지만 중국에 조공해 왔습니다. 사대의 대의에 따라 중국은 상국이고 조선은 하국으로서 군신의 분이 이미 전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세의 이해를 떠나 중국에 충성을 다해야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더욱 충성을 다해 중국을 잘 받들기를 바랍니다”라고 진언했다. 중국을 종주국으로 예우하며 살았던 시대였고 국익을 위한 방법이었다 해도 이들은 자신과 국가를 너무 낮췄다.

엊그제는 국회에서 한·미동맹 결속과 국익 차원에서 이라크전에 전투병은 아니지만 한국군을 파병키로 결정했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한국군은 이라크 바그다드로 떠나려는 것인가./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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