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폐해가 얼마나 막심한 것인지는 새삼 말할 게 없다. 한번 난 산불로 망가진 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린다. 수년, 수십년 걸려 산에 아무리 나무를 많이 심어도 산불을 내면 한 순간에 다 잿더미가 된다. 지난 식목일에도 산불이 적잖게 나더니 잇따라 나고 있다. 도내뿐만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산불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새 풀이 돋아나기 전인 지금같은 건조상태에선 산불이 잘 날 수 있는 계절이긴 하다. 산불도 잘 날 수 있지만 한번 불붙으면 바싹 마른 초목을 태우는 불길이 걷잡기 어렵게 번진다. 밀림 같은데서는 나무와 나무끼리 바람 등으로 마찰을 일으켜 산불이 나는 자연발화가 있지만 국내 산야의 산불은 100%가 인재다.
산불이 올해뿐만이 아니고 거슬러 올라가 근년에도 10여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잦은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시장·군수가 관선이던 시절엔 봄철만 되면 시장·군수들이 산불예방에 발 벗고 나섰다. 산불을 내면 인사조치로 문책하는 것이 그 무렵 역대 정부의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군수마다 인력을 총동원, 입산로 입구에 지켜서 입산객의 발화물질은 아예 일시 보관하기도 했다.
당시의 시·군 산불예방 캠페인은 가히 시장·군수들이 관운을 걸다시피하여 온갖 심혈을 다 쏟았다. 그러나 지금의 민선 시장·군수는 그게 아니다. 산불을 내어도 누가 문책할 사람이 없다. 인사조치할 사람도 없다. 또 산불예방운동은 해봐야 무슨 생색나는 사업이 아니다. 생색내는 사업만 선호하는 민선 시장·군수에겐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게 산불예방이다. 그저 적당히 시늉만 해 넘기면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좋은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이런 나쁜 역기능이 있다. 역기능은 제도개선보다는 시장·군수들 스스로의 의식개혁이 앞서야 고쳐진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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