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수의?

사람이 죽어 염습(殮襲)할 때 시신에게 입히는 수의(壽衣)는 상고시대부터 있어왔으나 보통은 ‘주자가례’의 습용으로 시작된 습속으로 계급과 신분, 빈부의 차이에 따라 그 형태에 차이가 있었다. 부모의 환갑·진갑이 가까워지면 가정형편에 따라 수의를 지어두는 게 상례이다. 3년마다 돌아오는 윤달에 수의를 짓는 관습이 있는데 윤달은 공달이라 하여 죽는 사람의 평안을 축복하는 뜻에서 지어지며 그 풍속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도 가풍이 엄격한 집안에서는 과거의 ‘주자가례’의 격식을 지키고 있다. 옷감은 공단(貢緞), 나단(羅緞), 명주(明紬),능(綾), 초(?), 은조사(銀條紗), 생고사(生庫紗), 생수, 삼팔, 모시, 삼베(麻) 등을 사용하는데 빨리 썩는 것이 좋다고 하여 민가에서는 모시나 삼베(麻布)를 많이 사용한다. 부모의 수의를 만들 때는 효를 다하기 위하여 윤달 가운데 길일을 택할 뿐만 아니라, 팔자 좋고 장수한 노인들을 모셔다가 바느질을 하였다. 솔기 중간에 실매듭을 짓지 않게 하는 것은 저승길에 갈 때 걸리지 않고 편안하게 가기를 염원하는 마음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슬람문화권이나 싱가포르는 시신을 흰 천으로 감싼다. 동남아 내륙에선 시신을 깨끗이 씻어 그대로 묻거나 풍장(風葬)하기도 한다. 기독교와 불교 문화권은 대체로 고인이 입던 평상복을 입히기 때문에 별도의 수의를 마련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고인이 즐겨 입던 단정한 예복을 입힌다. 미국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정형보존’ 차원에서 평상복을 쓴다. 태국도 평소에 입던 깨끗한 옷을 입히고 화장한다. 다만 중국과 일본이 우리처럼 흰색계통의 정결한 옷을 입힌다.

그런데 최근 1천만원 ~ 1억원대의 황금 수의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승에서 못다 누린 호사를 저승에서나마 누리시라는 자녀의 효심과 노인의 장수, 발복(發福)을 겨냥한 ‘효도마케팅’에 상주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수의에 황금가루를 뿌린다는 것이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중국은 화장률이 70%, 일본은 99%에 이르러 값비싼 수의를 입히지는 않는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황금수의보다는 살아 생전의 효도가 훨씬 낫겠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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