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유래담(植物由來譚)’은 식물이 생겨나게 된 원인, 지금과 같은 특정한 모양이나 명칭을 지니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문헌설화보다는 구전설화로 널리 전해진다. 이야기 구성방식은 식물에 따라 단순 사건에서부터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본격 설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이야기의 구성은 모두 어떤 사람이 어떠한 사건 때문에 죽거나 병이 들어 식물이 되었다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에 따라 구분된다. 식물 형상이 명칭의 직접적 동기가 되는 경우 할미꽃이나 며느리밥풀꽃 등의 유래담이 대표적인 예이다. 할미꽃은 딸을 찾아가 의탁하려다가 박대 받자 쓰러져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할머니의 혼이라고 하는데 흰 털과 굽은 허리 등이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이름이 생겼다. 백일홍, 봉숭아, 동백꽃, 철쭉꽃, 상사화 등은 식물의 형상이 주는 이미지에서 명칭이 유추된다. 연인을 기다리다가 죽은 여인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백일동안 지지 않고 붉게 피어 있는 백일홍으로 설명하고 , 절개를 지키다 죽은 여인의 단심을 철쭉꽃의 붉은 빛으로 연상한다. 상사화는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식물의 생리를 서로 그리워하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연인의 사이로 설명하고, 나무가 서로 얽혀 있는 형상으로 된 것은 상사나무라고 부른다.
식물유래담은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죽은 사람이 식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 어쩔 수 없는 일은 대개가 일상의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부분 가난한 삶의 조건으로 설정된다. 때로는 사랑이나 그리움의 감정을 투사하여 원인을 설명하기도 한다. 생존의 문제 못지 않게 사랑의 문제도 인간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까닭이다. 강렬한 사랑과 그리움은 동백꽃, 해당화 등 붉은 꽃으로 응축시켜 표현한다.
할미꽃, 깽깽이풀, 제비꽃, 양지꽃 등이 피어나는 4월이다. 산에 들에 나가면 온갖 식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제비꽃은 강남 갔던 제비가 올때 핀다고 붙은 이름이라는데 요즘은 제비꽃이 피어도 제비가 오지 않는다 .언제쯤 제비가 찾아올까./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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