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고독

재판정의 법대위에서 재판해오던 판사가 그만 둔 뒤 변호사가 되어 법대를 바라보니 그렇게 높아보일 수 없었다는 얘기는 맞는 말이다. 피고인들에게는 법대 위의 판사가 또 그렇게 보여 실제의 체구와 관계없이 무척 커 보인다. 법대 위의 판사는 그만큼 외경심의 대상이다.

민사·형사사건은 물론이고 비송사건 등을 판결하고 결정하는 판사의 권능은 실로 막강하고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고독한 직업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에 제약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예컨대 술 자리도 가려서 나가야 하고 사람도 가려서 만나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사기꾼 같은 위인에게 팔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건 서울지방법원장이 240여명의 소속 판사 전원에게 변호사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지 말라고 강력히 지시했다고 한다. 지금은 변호사의 판사실 출입을 어떻게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전엔 이도 제한한 적이 있었다. 변호사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지 말라는 것은 공연한 오해를 사지않기 위해서다. 판사실 출입도 이래서 제한했었다.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는 법정에서만 만나야 한다. 법정 밖에서 만나는 것은 직업상 좋은 모양이 아니다.

얼마전에 모경찰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가 변호사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구설수에 올라 스스로 법복을 벗은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판사란 직업은 권능이 지고한 것만큼 주변을 통제할줄 아는 고독이 요구된다. 이는 판사의 권위를 위하고 법원의 신뢰를 위해서다. 법정의 법대는 높아 보이고 그 위의 판사는 커보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판사도 언젠가는 그만 두면 자유로운 변호사가 되지만 판사로 있을 땐 어디까지나 고독한 판사가 되어야 한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