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47조원으로 국내 재벌 순위 3위인 SK가 불과 자본금 200억원의 외국계 펀드 회사에 의하여 경영권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계 투자펀드회사인 크레디트 시큐러티는 치밀한 준비하에 SK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여 지분 14.9%를 확보함으로써 이론상으로는 SK그룹의 경영권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외국계 펀드회사의 지분확보가 SK 경영권의 확보인지 다른 이익을 노린 작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내 초대형 기업이 외국계 펀드 회사에 의하여 경영권 위기에 놓인 현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는 물론 기업간의 국경 없는 경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무작정 국수주의적 관점에서 국내기업을 보호하는 낡은 사고방식은 배제돼야 하는 것으로 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IMF사태 이후 외국계 자본을 국가신인도 제고라는 차원에서 적극 유치하여 사태해결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기 때문에 외국계 자본에 의한 국내기업의 적대적 M&A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간섭해서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도 합법적 절차를 통한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는 정부에서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유수기업들이 외국계 펀드자본에 의하여 무차별하게 경영권 도전을 받는 상황은 기업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SK와 같이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함으로써 야기된 처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들이 더욱 투명한 경영을 통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중심의 선단식 경영으로는 더 이상 외국계 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도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를 시장논리로만 치부하지 말고 국내기업이 선의의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 마련에 노력해야 할줄로 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과 같은 각종 규제가 오히려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문제로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등을 거듭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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