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B종합사회복지관은 올 연초에 1.5t 트럭 2대 분량의 ‘기부물품’을 내다 버린 기억이 아직도 씁쓸하게 남아 있는데 얼마전 또 상당수의 기부물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입던 옷·이불·TV·냉장고·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 장롱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이 물품들이 거의 폐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폐품이 다 된것인 줄 알면서도 ‘기부’를 한다는 사람의 성의를 거절하기도 어려워 일단 받기는 했지만 처리문제가 먼저 걱정됐다.

신발제조업체로부터 신발 15포대를 기증 받은 C종합사회복지관은 분류 결과 절반 이상이 한쪽 밖에 없는 것들이어서 대형 쓰레기종량제 봉투 15장에 담아 버려야 했다.

최근에는 컴퓨터도 많이 기부되지만 사실상 워드프로세서 기능밖에 할 수 없는 386 기종이 많다. 기부 받은 중고물품중 30% 이상이 고장난 것이거나 고장률이 높아 가전회사에서 고쳐주고 때로는 대신 폐기처분해 주는 일까지 하고 있다.

이같이 전혀 쓸모없는 기부물품이더라도 면전에서 거절하지 못한다. 물품이 당장 쓸수 있는 지 여부를 떠나 기부자들의 성의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가려 받느냐’는 시선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심지어 밤중에 전혀 쓸모 없는 물건을 복지관 앞에 잔뜩 버리고 가는 얌체 주민들도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의식이 아직도 이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물품 기부에도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복지시설에 물품을 기부할 때는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지 미리 묻고 사용가능한 물품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최소한의 수선 및 세척을 한 뒤 기부해야지, 쓰레기 처리하 듯 해서는 곤란하다.

점차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물품기부는 예전 입고 먹을 게 모자라던 시대의 기부형태를 못벗어났다. 내집에서 못쓰는 물품은 복지관에서도 쓸모 없는 것이다. 진정한 기부는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끼고 소중한 것들을 나누는 것이다. 마땅히 정성이 중요하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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