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예체능 과목의 평가 방식을 현재의 서열식에서 서술형이나 성패(成敗)형 평가 방식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는 한국 교육의 실상과 고충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검토를 위한 사전발표이긴 하지만 예체능 과목을 내신 성적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발상 자체는 매우 위험하다.
우선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라는 단서부터 타당치 않다.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것은 예체능 과목만이 아니다. 국어·영어·수학(국영수)도 적지 않은 것이 사교육의 현장이다. 사교육비 문제의 핵심은 ‘예체능 교과’가 아니라 ‘국·영·수’중심의 입시교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특수목적고 등 일부지역의 학부모들은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예체능 과목을 포함한 전 교과에 사교육비를 지출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체능 평가방식 변경’보다는 획일적 국가관리 시스템의 대학입시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현 입시제도 아래서 중·고교 예체능 교과 성적이 내신에서 제외되면 학교수업의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예체능 교과는 계속해서 수업 수가 줄고 특히 고등학교 1학년 이후에는 선택 교과여서 자칫 있으나 마나한 과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국영수 등 과목에만 치우쳐 있어 입시가 다가오면 예체능 과목시간을 국영수로 대체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학생들을 소위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한 학교 또는 교사들의 고육책이었지만 예체능 과목을 아예 내신성적에서 조차 제외한다면 자라나는 10대들은 다양한 소양을 쌓지 못하게 되고, 예체능 교육은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다.
예체능 과목을 내신에서 뺄 것이 아니라 가장 잘 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한창 심신을 단련하고 정서와 감성을 풍부하게 해야할 청소년 학생들에게 국영수만 주입시키려는 ‘예체능 교과평가 방안 개선’은 전인교육을 위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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