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

의사가 환자의 병명을 진단하면 으레 “왜 이런 병에 걸렸느냐?”고 묻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원인을 설명하지만 그때마다 내심 답답하다는 게 어느 의사의 고백이다. 다 같은 원인을 두고도 발병하는 사람도 있고 건강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속으로는 병에 걸리려니까 걸렸지…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게 의사의 입장이 아니냐고 반문까지 하면서 그 분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전에 국립의료원의 어느 의사가 술자리에서 농반진반으로 한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심각하다. 발병국인 중국은 더 말할 것이 없는 가운데 사스의 위해는 인체도 인체지만 이러다가 세계의 교류를 가히 마비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늘의 지구촌은 유통생활이 근간을 이룬다. 인적 및 물적 왕래가 지구촌 생활의 중심인 것이다. 사스 공포는 무역 등 물적 교류뿐만이 아니라 문화 등 인적 교류까지 장애를 주는 지경이 됐다.

동물성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병원체라고 하지만 전에 없던 이런 병이 왜 생겼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의사 말대로 그런 병에 걸리려니까 걸린 것 처럼, 사스같은 병이 생기려니까 생긴 것인지 도무지 그 조화속을 알길이 없다. 경제성장에까지 치명상을 주는 사스란 괴질을 금세기 초 인류의 재앙으로 내린 자연의 섭리가 무엇 때문이지는 모르지만 병마에 좀 더 적극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정부는 이에 따른 다각적 종합대책을 세우고, 보건 당국은 의심 환자의 신속한 신고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 위생이 중요하다. 지난 일요일 어느 TV프로에서 ‘손만 자주 씻어도 모든 전염병이 그런 것처럼 사스 예방 또한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밝힌 국립보건원 방역과장의 말은 귀담아 들어 둘만하다. 비록 병원체는 발견됐어도 백신은 발명 못했으니 아직도 괴질은 괴질이다. 우리 모두가 사스 괴질의 시련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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