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예산지원 전무로 한국사립박물관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20억원에 이어 올해 30억원 정도의 사립박물관 지원건의안을 올릴 계획이지만 기획예산처로부터 3년 연속 퇴짜를 맞고 있어 올해도 사립박물관이 정부 지원을 받을 전망은 어둡다.
기획예산처의 지원거부 이유는 ‘사립박물관은 개인이 운영하는만큼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31개의 국립, 57개의 공립박물관, 86개의 대학박물관(교육인적자원부 지원)에는 국고를 쏟아붓다시피하면서 실제로 현장 역사문화의 기여도가 큰 165개의 사립박물관은 외면하는 것이 오는날 박물관정책의 현주소다.
현재 문광부에 등록된 사립박물관 137개 가운데 등록 1번 홍산박물관을 비롯, 한국 무속박물관·풀무원김치박물관 등 10관 정도가 폐관한 상태이고 대부분 가족이 운영하는 박물관 상당수가 휴관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또 폐관된 사립박물관 대부분이 문광부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립박물관을 지원하는 정책이 전무한 상태인데다 부처간 이견과 인식부족 탓에 국고지원도 없을 뿐 아니라 더구나 내년 1월1일부터 발효되는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문광부에 박물관(미술박물관 포함)을 새로 등록할 경우 1명 이상의 학예연구사를 채용토록 규정, 사립박물관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역사문화의 세포가 되고 있는 사립박물관들의 폐관이 늘어날수록 귀중한 전통 문화유산은 사장되거나 해외로까지 유출될 우려가 크다. 올해 사립박물관 등록 신청 건수는 16관으로 실제 등록은 8관에 불과하다고 한다. 개인이 평생 수집한 귀중한 유물 등 전통문화재를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소규모 전문 사립박물관을 개관하려는 개인소장가가 국내에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막대한 박물관 건립비 부담뿐 아니라 계속 유지하는 데에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큰 것을 보고 개관을 망설이는 실정이다. 국내 최대 사립박물관인 여주 목아불교박물관의 경우 전통목공예와 불교미술 전시관으로 성가가 높지만 개인이 이처럼 사재를 투입하여 사립박물관을 세우기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사립학교처럼 사립박물관도 국고 지원이 가능토록 돼있는데도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어 90%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개인 소장가들이 등록한 유물은 민족 공유의 자산이다. 전통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립박물관 건립비와 인력, 기획·특별전 등 전시운영비에 투자해 자립여건을 갖추게 하는 지원책이 있어야 하겠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