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孫

조선조 제26대 임금 고종 황제는 슬하에 순종, 의친왕, 영친왕 3형제를 두었다. 순종은 대를 잇지 못했고 그 뒤를 이은 조선조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은 1920년 4월28일 일본 왕족 나시모토(梨宮)의 장녀 마사코(方子)와 일본 도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일제가 왕실규정을 고쳐가면서까지 둘의 결혼을 고집한 것은 양국간 잡혼을 통한 내선융합(內鮮融合) 정책때문이었다. 고종과 귀비 엄씨 사이에서 태어난 영친왕(李垠)은 조선조 마지막 왕 순종의 이복동생이다. 1900년대에 영왕(英王)으로 봉해지고 1907년 황태자로 책봉됐으나 그해 말 이토(伊藤) 조선통감에 의해 유학이라는 명분으로 일본에 인질로 잡혀가 1910년 국권상실과 함께 왕세자로 격하됐다. 마사코는 원래 왕세자 히로히토(裕仁)의 비(妃)로 간택됐으나 임신불능 판정을 받아 조선 왕손의 절손을 노린 일제에 의해 조선 왕족의 세자로 자리바꿈했다.

영친왕은 이방자(李方子·마사코)여사와의 사이에서 2명의 아들을 뒀다. 이 가운데 장남 이진씨는 어려서 세상을 떴고 차남 이구씨는 미국 여성 줄리아와 이혼하고 현재 일본 여성과 자식없이 일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둘째 아들 의친왕은 13남 9녀를 낳았으나 11번째 아들 이해석(예명 이석)씨를 제외한 형제 모두가 미국에 살고 있거나 사망했다. 고종 황제의 손자 이해석씨는 조선왕조 마지막 왕손으로 보다는 ‘비둘기집’을 부른 가수 이석(李錫)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외국어대 서반아어과를 다니다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수로 데뷔했으며 1970년대 ‘비둘기집’을 히트시켰다. 1979년 가수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1989년 작은 아버지인 영친왕의 부인 이방자 여사의 장례식 때 영구 귀국했다.

2000년 총선에 출마해,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석씨에게 최근 전주시의회의 제의가 들어왔다. 전주시가 최근 전통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있는데 “조선을 창업한 이씨 왕가의 발상지인 전주의 전통 한옥 마을에 마지막 왕세손을 모시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 한옥마을에서 왕손 대접 받으며 살게 될테니 이석씨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제의에 긍정적인 의향을 내비쳤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나 관광적인 차원에서 왕가의 전통이 계승됐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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