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수난

‘아장아장 나물가자/무슨나물 가자느냐/개똥밭에 돌미나리/아삭바삭 도려다가/청강수에 싹데쳐서/한강물에 흔들어서/어머님은 은반상이오/아버님은 금반상이오/오라버닌 꽃반상이오’ 고양군(시)에 전하는 나물캐는 처녀의 음영민요다. 광주군에는 ‘질경(도라지)의 노래’등 전래 나물캐는 민요는 이밖에도 많다.

야생의 식용나물이 한창 돋아나는 5월이다. 자연의 흙내음을 물씬 전하는 야생나물이 식욕을 절로 돋운다. 산자수명한 산과 들에 나는 야생나물은 곧 조상 대대로 우리의 체질이 되어 왔다. 야생나물은 재배나물과 대칭되는 말로 재배나물엔 오이 상추 부추 등이 있으며 이 또한 훌륭한 나물로 모두 26가지가 있다. 야생나물은 또 들나물과 산나물이 있다. 들나물에는 고들빼기 냉이 쑥 등 61가지가 있고, 산나물은 고사리 버섯 더덕 등 97가지가 있다.

이토록 산과 들에 많은 야생나물은 다 약재다. 예컨대 돌미나리는 피를 맑게 해주는 특효가 있다. 모든 야생나물에는 비타민이 풍부하여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고루 좋게 해준다. 오장은 심장, 간장, 폐장, 신장, 비장이며 육부는 담, 위, 대장, 소장, 삼초, 방광 등이다. 산나물이나 들나물은 제철에 먹는 생채도 좋지만 말려 두었다가 비철에 먹는 건채 역시 맛이 일품이다. 예전에 상민들이 육류를 좀처럼 먹기가 어려웠으면서도 양반들보다 더 건강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야생나물을 더 많이 먹었던데 기인한다.

요즘 산나물이 수난을 겪고 있다는 일전의 가평 현지보도는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산나물 캐는거야 좋지만 캐는데도 도(道)가 있다. 키워가며 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 등지서 떼거리로 몰려간 채취꾼 등이 다 자라지도 않은 두릅이며 돌미나리 등을 마구 베어가고 심지어 뿌리째 뽑아 간다니 이건 캐는 게 아니고 자연을 도둑질 해가는 짓이다. 가평지역만은 아닐 것이다. 산나물 절취꾼들의 생태계 파괴를 엄단하는 방안을 강구해봐야 할 것 같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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