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좋아하는 술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농경사회에서 농민 아닌 노동자들도 간식으로 즐겼던 막걸리가 산업사회 들어 소주로 바뀌더니, 이즈음은 정보사회의 영향인지 뭔진 잘 몰라도 맥주가 선호되는 것 같다.
전국 23개 사업장의 노동자 5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자 문화실태’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이 맥주(55.6%) 소주(30.5%) 막걸리(1.0%) 순으로 맥주가 소주를 25.1%나 앞지르고 있다. 나머지 12.9%는 기타 등이다.
또 접대부가 있는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를 찾는 비율이 28.7%에 이른다. 이는 민주노총과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가 최근 실시한 조사 내용이다.
맥주를 즐기고 유흥업소를 찾는 게 잘못일 수는 없다. 노동자도 사회인이기 때문이다. 맥주보다 더한 것을 마신들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은 있다.
노동자도 노동자 나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블루칼라 일색으로 본 종전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많이 화이트칼라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나쁜 현상은 아니다. 생활의 질이 전보다 더 나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점은 있다. 노동자의 계층화가 심화돼가는 것 같다.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계층화를 스스로 타파하지 못하면 진정한 노동운동이라 할 수 없다. 이른바 근로 대중을 빙자한 귀족노동자의 노동운동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블루칼라 노동자를 얼마나 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부단히 성찰돼야 한다. 당장 생계에 쫓기는 블루칼라 노동자는 맥주나 유흥업소는 커녕 삼겹살 안주에 소주 한잔 마시기에도 벅차다.
‘5월 춘투’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 속에 5월이 깊어간다. 좀 더 성숙된 노동문화가 정립되면 좋겠다.
사회가 불안하면 블루칼라 중엔 소주조차 못마시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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