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문화재 환수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은 타당하다. 이라크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이 국제 문화재 범죄조직에 의해 약탈당한 유물 중 일부가 벌써 세계 예술품시장에 나돌고 있는 것에 비추어도 문화재 환수국 설치는 공감이 간다. 또 나라가 외세에 시달렸던 과거사를 되돌아 보면 문화재 환수국 설치는 더욱 절실해진다. 지난 4월 1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이 “개인 소장품이 아닌 박물관·대학 등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 해외 유출 문화재가 20개국 7만5천266점”이라고 밝히고 “문화재청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 문화재 환수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학계에까지 공론화 하였다.
이뿐만 아니고 그동안 문화재 환수는 국제법 저촉 등을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몇 차례 제기됐었다. 2000년 ‘외규장각 도서 등가교환 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외규장각 도서 약탈이 문화재 훼손과 약탈을 범죄행위로 규정한 헤이그 규칙이 성립된 1807년 이전에 이뤄졌다고 해서 보호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프랑스도 1차 대전 후 승전국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1870∼1871년 약탈 당한 문화재를 독일에서 되돌려 받기도 했다”고 밝혔었다.
현재 해외유출 우리 문화재는 일본 천리대(天理大)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안견의 ‘몽유도원도’, 파리 국립도서관의 ‘직지심체요절’‘왕오천축국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백자진사 포도문호’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7만5천여점이라는 해외 문화재의 숫자도 신문기사와 해외공간 자료수집을 종합한 추정치로만 알려져 있고 환수조치도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환수된 문화재는 4천500여점이며 그나마 절반이 넘는 2천500여점이 민간차원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외국의 경우는 정부간 협정을 하거나 국왕(대통령)방문 때 선물로 반환하는 등 여러 형식으로 문화재가 제 나라로 돌아간 사례가 많다. 예컨대 1867∼1868년 영국이 에티오피아를 무력 침공하며 약탈한 왕관·옥새·문서 등을 네 차례에 걸쳐 반환했다. 1965년 엘리자베스 2세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며 왕관과 옥새 등을 선물로 돌려준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 안에 환수국을 신설하여 학계 및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문화재 반환운동과 해외문화재 조사 작업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제 기구를 통한 반환의 당위성 호소, 국제사법재판소 등 제소방안 등 다각도의 연구와 활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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