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곧 현금이다. 도깨비 방망이 같은 신용카드가 지금 헤아릴 수 없이 마구잡이로 발급 유통되어 ‘금 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하며 수 많은 사람들을 허영에 멍들게 하고 신용사회를 무너뜨리며 건전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신용불량 300만명
지금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 수는 3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카드라는 요술방망이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약 60%, 180만명에 이르고 있다. 300만이라는 신용불량자의 숫자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10%가 훨씬 넘는다는데서 문제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부양가족 2.5명을 합하면 약 750만명이라는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들의 신음은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 딸의 카드빚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정의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살인 강도 등 강력범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카드회사는 신용이라는 담보나 보증도 없이 현금과 같은 카드를 마구잡이로 발급만 하였을까. 또한 아무런 보장이나 능력도 없는 사람이 카드를 여러개 씩이나 발급 받아 겁도 없이 긁어대는 것일까?
이와 같은 무질서 속에서 일부 카드사는 부도라는 비명을 지르고 신용불량자는 설 곳을 잃고 배회하고 있다. 멍들어가고 있는 사회가 선량한 국민들의 눈에는 어떠한 자화상으로 비쳐질까?
늑대와 소년의 우화가 떠오른다. 지금 늑대가 나왔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그대를 구할 사람이나 구할 방법이 있을성 싶지 않다.
신용은 믿음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곧 인간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모두를 저버린 자신들은 스스로 그 책임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왜 신용과 책임을 스스로 포기해버린 카드사와 신용불량자를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카드대금 이자율의 인상과 신용불량자의 ‘워크 아웃’이니 하는 미지근한 사후약방문을 내놓고 있는 것일까.
結者解之
8·15 해방과 더불어 밀려든 서양의 물질문명 물결 속에서 한때 사교춤, 댄스라는 괴물이 우리 사회를 거칠게 휩쓸고 간 때가 있었다. 당시 朴 모라는 춤의 명수가 수 많은 여성들과 댄스로 일으킨 스캔들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된 사실이 있었다. 당시 이 재판을 맡았던 李 모라는 재판장은 “스스로 보호하지 아니하는 정조는 법도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판결을 명판결이라고 입을 모았고 아직도 기억케 하고 있다.
신용복지원 위원회는 지금까지 개인 워크 아웃(일정한 요건에 맞는 신용불량자를 회복시켜주는 제도)을 신청한 사람중 6천500만원의 소득현황 조사에서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50만원(연 1천800만원)이고 1인당 부채비율은 3천5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리고 평균 연령은 32.2세이며 부양가족은 1인 1.9명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평균 부채 3천500만원을 5년간 나누어 갚는다고 해도 월 상환액은 58만원이어서 월 150만원의 봉급 생활자로는 생활비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어느 정치 지도자는 정치의 파탄, 경제의 침몰, 안보불안이라고 하며 ‘대통령 어디 있나요?’라고 외쳤다.
貧者의 편에 서서 國利民福을 아우르겠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어디 있나요’를 우리 국민 모두의 급박한 외침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안순록.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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