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이 줄지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 말만 들어도 푸근하지만 선물에 신경을 안쓸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선물은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기뻐야 한다. 1950년~1960년대만 하여도 달걀 한 꾸러미면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집에서 기르던 암탉 한 마리는 특별한 사람을 위한 선물이었다.
1970년대 들어선 양철통에 넣은 설탕이나 조미료가 인기였다. 밀가루 10kg들이 한 부대도 큰 선물로 통했다.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은 거의 내복으로 통일됐다.
1980년대 초반부터 선물이 다양해졌다. 커피, 비누 선물세트와 어린이용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등장했다. 후반에는 옷이나 가방, 넥타이, 스카프, 고급양주 등 선물이 인기를 끌었고 과일 한상자, 갈비, 생선 등도 좋은 선물이었다.
1990년대 이후 건강식품, 안마기 등 건강용품이 어버이날 단골 메뉴가 됐다. 병원 종합건강검진도 어버이 날의 최고 선물이었다. 어린이 날 선물은 종합선물세트에서 장난감, 학용품을 거쳐 최근에는 게임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성년이 되는 젊은이에게 신사복이나 숙녀복 정장을 선물하면 좋아한다고 한다. 4 ~ 5년 전부터 백화점 상품권도 인기 선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어린이, 부모, 성년들이 현금을 좋아하는 추세라는데 스승에게 드릴 선물이 제일 까다롭다. 상품권이나 봉투 한장 건넸다가는 촌지로 오인 받기 십상이어서 여선생님에게는 스카프 등 잡화류나 비누세트 등 생활용품류를, 남선생님에게는 넥타이나 건강식품, 술 등을 선물한다.
그러나 선물을 뇌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달하기도, 받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말로만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뭣한 게 세상 인심이다. 하지만 어린이나 성년, 어버이 날을 맞이하는 가족에게는 무슨 선물을 해도 부담이 안간다. 식솔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가정은 그래서 편안하다.
가정의 달 5월이 바야흐로 신록에 물들어 가고 있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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