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신당싸움 할 땐가

민주당의 행태가 심히 당치않다. 신당 추진이 통합신당으로 가든 개혁신당으로 가든 또는 개혁적 통합신당으로 가든 우리가 간여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땐가. 나라 안으로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로 치달아 온통 어수선하다. 전자업계의 수출이 53~76%나 주는 등 수출 상품의 전반적 적체 현상으로 산업피해가 눈더미처럼 늘고 있다. 하루에 직접 피해액이 1억9천만달러에 이를 뿐 아니라 외국에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계약위반으로 속출하는 간접피해가 또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산에서는 수천명의 화물연대가 농성하는 가운데 40개 중대의 경찰이 투입돼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고 이 바람에 사회정서마저 불안하다. 나라 밖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중이다.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오는 15일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은 북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상호 신뢰구축, 외자유치를 위한 국가신인도 제고를 위해 미국 각계의 조야를 순방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명색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분당까지 불사할 태세인 신당론으로 영일이 없다. 대통령이 미국에 나가 있으면 안에서 더욱 힘을 보태주는 노력을 해야하고, 국내 문제엔 정부를 독려해가며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 집권당의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노력은 외면한 채 되레 대통령이 집안에 없는동안 결판을 낼 요량인듯한 이전투구는 참으로 딱하고 실망이 크다. 신당 논의는 당내 공식기구에서 해야한다는 구주류나 당밖 임의구성을 고집하는 신주류할 것 없이 도대체 이들이 집권당의 책임감이 일말이나마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신주류 주도의 워크숍 참석과 이에 불참을 선언한 구주류간의 혈안의 세몰이 속에 “선혈이 낭자하게 싸우겠다”는 폭언까지 나온 건 도시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싸움을 하다가도 그만 두는 게 국민에 대한 염치다. 대통령은 밖에 나가 국운을 건 노고에 전심전력을 다해 강행군하고, 안에서는 물류가 막혀 경제가 뒤숭숭한 판에 집안싸움에 정신없는 민주당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신당이 어떻든 우리는 알바가 아니다. 그러나 신·구주류가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렵게 안다면, 해야할 일이 따로 있다. 싸움을 해도 나중에 하고 지금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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