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인 ‘신용불량자 등록제도’ 폐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획기적인 일이다.
개인신용 불량자수가 300만 명에 육박하는 현실도 그렇거니와 ‘신용불량자=경제범죄자=사회부적응자’라는 획일적 이분법을 불식하고 금융시스템 선진화를 위해서도 신용불량자 등록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3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라는 획일적 기준을 정해 신용불량자 딱지를 붙이고 모든 금융기관이 이들을 경제적 금치산자로 취급, 대출·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것은 횡포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20대가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면 취업 등 사회적 활동이 제약될 수도 있는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물론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신용불량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 뿐이며 오히려 ‘배째라’식 연체자들을 양산,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다. 신용불량자라는 표현이 사라지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채권추심을 위한 유력한 수단을 잃게 되고 그러잖아도 회수율이 낮은 연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체 - 회수압력’이라는 실질적 굴레는 계속된다고 해도 신용불량자라는 이름만이라도 없어질 것을 서민들이 바라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신용불량자 등록제가 없어져도 연체정보를 은행연합회나 크레딧부(CB)로 집중, 모든 금융기관이 이를 공유하면서 대출여부는 금융기관이 알아서 판단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를 떼주고 불량 고객에 대한 페널티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은행연합회 규약만 바꾸면 능히 가능하다.
이를 신용불량자 대사면으로 오인될 수도 있지만 소득이 있으면서도 돈을 안갚는 연체자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해두면 문제될 게 없다. 신용불량자 급증에 따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불량자 등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정부가 이미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공론화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금융기관에서도 반대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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