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전화기는 지금까지 세 차례의 ‘변신’을 거쳤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1876년 처음 개발한 전화기는 자석식이다. 교환원이 통화를 성사시켜 주는 수동교환 방식이다.
1980년 나온 공전식은 전화국의 축전지에서 가입자에게 일괄적으로 전류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화를 걸 때마다 발전기를 힘들게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자동식은 1891년 개발됐다. 교환원이 수동으로 통화를 연결시키는 불편함을 없애준 전화기다.
한국 최초의 전화 통화는 1896년 한성 궁내부(임금이 살던 곳)에 자석식 전화기가 설치되면서 이뤄졌다. 1902년 한성~인천간 전화가 개설되고 한성전화소에서 전화 업무를 개시함으로써 비로소 일반인들도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교환수는 신(新)문명을 다루는 엘리트로서 자긍심이 대단한 높은 직업에 속했다.
1908년 공전식, 1935년 자동식이 도입됐지만 당시 전화기는 총독부의 관용이거나 일부 특권층의 사치품이었다. 전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체신부가 국산 최초 전화기 ‘체신1호’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부터다. 1980년대 들어 국가가 보급하던 전화기의 구입 절차가 개인이 직접 구입하는 자급제로 바뀌면서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의 전화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과거의 ‘영화’를 잃은 공중전화도 한국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 보급될 때에는 자석식으로 교환원을 불러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준 후 원하는 상대방과 통화하는 방식이었다. 옥외 무인 공중전화는 1962년 서울 산업박람회장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당시 통화료는 5원이었다. 시내 통화만 가능했던 공중전화는 1978년 시내외 겸용 체제로 바뀌었고 1983년 시외용 DDD 방식을 거쳐 1986년 아시아경기를 계기로 카드식 공중전화가 등장했다. 요즘 핸드폰시대가 됐다고 공중전화 설치수를 줄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용론은 더 더욱 그러하다. 핸드폰이 있어 공중전화를 사용하려고 줄지어 서 있지 않는 것은 좋다. 또 앞사람이 길게 통화하면 ‘짧게 하자’고 말해 시비가 붙곤 하던 일이 지금은 추억거리가 됐다. 문득 공중전화로 추억 저 편에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은 날이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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