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에서 형사부서 근무가 기피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런 현상이다. 물론 이미 짐작됐던 일로 작금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조직이 스스로 이를 혁신과제로 지목해 추진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외부의 짐작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방경찰청이 경찰개혁을 위해 설정한 7대 과제 중 ‘형사부서 기피실태 개선’ 대목은 이런 점에서 사회의 이목을 끈다. ‘경찰의 꽃’이라고 불렸던 ‘형사’ 부서가 이젠 경찰의 3D업종처럼 된 것은 무엇보다 근무환경의 열악성에 기인한다. 범죄의 다발 건수 증가만이 아니고 다양화·지능화로 업무수요는 날로 과중해진데다가 흉포화하여 신상에 위험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형사부서 근무다. 특히 경기청은 지리적 조건으로 서울 등지의 강력범죄와 연계되는 사건이 많고 전국 주요 범인들의 도피 경로가 되는 수도권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수사비마저 현실화가 안되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찰 비리를 차단하는 것은 백번 잘한 것이지만 이 때문에 자비 조달의 길이 막힌 것 또한 부인되기 어렵다.
우선 과중한 업무를 덜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족한 인원을 늘리는 방안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경기청만은 다른 지방청의 인력배치 기준과 다른 수도권의 특수성을 감안하는 각별한 탄력적 조치가 경찰청 등 중앙에서 취해져야 한다.
형사부서 근무는 공휴일 등 휴일이 보장될 수 없다. 수사중인 사건에 단서가 속행되거나 발견되고 또 현행범을 보면 쉬라고 해도 본능적으로 쉴 수가 없는 것이 형사부서 근무다. 이토록 휴일조차 갖기 어려운 근무에 인정감을 심어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는 경기청이 구상하는 보상금 지급과 승진 여건의 불리 해소 등은 심히 적절하다. 과다한 실적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자체방안도 검토할만 하다.
그러나 장비개선과 함께 수사비의 현실화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범죄도 시대따라 달라져 예전 범죄같지 않다. 마땅히 업무수요에 맞추어 형사부서 근무 여건도 주저없이 개선되어야 한다. 형사부서 근무는 경찰의 얼굴이며 민생치안의 첨병이다. 경찰조직의 내부는 경찰조직의 일선이라 할 형사부서를 지원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형사부서가 마치 블루칼라로 인식되어 비교적 말썽없고 편한 내부근무를 화이트칼라로 보아 기피당하는 것은 안정적 사회방어를 위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지방경찰청의 ‘형사부서 기피실태 개선’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 필요한 제도적 개선은 중앙에 과감히 건의하는 역동적인 노력이 있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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