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사까지 엉망되다니

국가 원수인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행사가 대학생들의 시위에 의하여 20여분 지연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행사장 참석을 가로막은 시위대를 피하여 정문을 이용하지 못하고 후문을 이용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이 지역주민 대표들과 약속한 오찬 모임도 시위대로 인하여 1시간 이상 지연되었다.

이런 일이 지난 일요일, 그것도 대낮 광주시내 한복판에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한 수천명의 경찰과 대통령 경호가 수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5·18기념 행사에서 발생한 이 사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존중되어야 할 질서가 무시되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보는 시각은 아주 비판적이다.

경찰은 불법 주동자를 색출해야 됨은 물론 경찰 또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아무리 치안이 허술하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가 다중의 위세를 앞세운 시위대의 방해를 받는다는 것은 국가의 체면을 추락시키는 공권력 부재 현상을 드러낸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도대체 경찰은 수천명이 현장에 있으면서 시위대에 대한 첩보도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고 더구나 현장 대처 능력이 무력해도 어떻게 이토록 무력할 수 있었는지 한심하다.

현장 시위를 주도한 한총련도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한총련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참여정부이다. 한총련의 합법화 문제까지 심도 있게 검토할 정도로 정부의 정책은 변화하려고 하는데도 한총련은 변화된 모습을 조금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한총련은 과거의 투쟁 일변도의 학생운동에서 변화하여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학생 운동의 양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한총련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서 더 이상 혼선이 없기 바란다. 새삼 정부의 강력한 법질서 확립을 요구한다. 이번 시위대 불상사에 대해 주동자를 색출, 엄단하는 것 역시 엄정한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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