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동강령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경험하였다. ‘국민의 정부’ ‘문민정부’ 시절 개혁 차원에서 그랬고, 그 이전의 정부에서도 서정쇄신이란 이름으로 수차 있었던 일이다. 심지어 한 임기의 정부에서 몇차례씩 시도된 적도 있다.

‘공무원 행동강령’(윤리강령)은 이토록 습관성 유산인 것이 숙명이다. 유사한 명칭에 내용도 한결같이 비슷하였다. ‘준칙’ ‘훈령’ 등 형태도 여러가지였던 것을 이번엔 ‘대통령령’으로 한다지만 습관성 유산을 면할 전망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시행 첫날 관가 주변의 고급 음식점들이 한산한 것도 과거 실패한 경험과 똑같다. ‘3만원 초과 식사 금지’ ‘5만원 초과 경조금 금지’ 등등, 이런 것들은 결국 지켜질 수 없는 것들이다. 여럿이 먹다보면 덜 먹을 수 있고 더 먹을 수도 있다.

경조금 봉투 또한 일일이 얼마나 들었나 하고 열어보고 받는 것은 아니다. 지켜질 수 없는 것은 이밖에도 많다.

이런 강령 따위로 공무원 사회의 부패가 추방될 것으로 기대하는 발상 자체가 유치하다. 냉소거리 밖에 안되는 선언적 규정으로 이를 위반하면 징계한다는 으름장 역시 웃기는 이야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하는 소리로 치고 처음 한동안만 바짝 긴장하다 마는 전철이 또 되풀이 되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

‘부패방지위원회’는 할 일이 그렇게도 없는 곳인지, 정 한 건 올리려거든 좀 그럴싸한 작품을 내놔야 할 것이다. 기껏 실패한 습관성 유산의 전작을 표절해서는 새 정부의 권위만 흠집낸다 할 것이다.

정부 기관은 무슨 일에 포장만 거창하게 하기보다는 내실을 먼저 생각해가며 일을 하는 것이 참다운 개혁적 자세라고 믿는다.

공무원 사회의 청정화는 당연한 과제이지만 이런 겉치레 틀을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행동강령’(윤리강령)에 대해 표명한 노무현 대통령의 노여움 역시 바로 이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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