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특별법’ 신중하게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등과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위기 관리를 위한 특별법’(가칭)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 특별법은 국가경제와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중대사태 발생시 국가차원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국가 주요 기간 산업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국가가 ‘업무 복귀 명령권’을 강제 발동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하려는 것은 현재 각 부처별로 나뉜 위기관리 체제를 통합하지 않을 경우 사회·경제적 비상사태시 야기될 혼란과 무질서에 강력하게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별법은 내용도 파격적이다. 청와대·국무총리실·재경부·행자부·노동부·경찰청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각종 현안 발생시 즉각 대응하게 된다.

중앙부처와 지방정부가 현안 해결을 서로 미루는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양쪽의 공동 대응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법이 발효되면 국가 기간산업 파업시 정부가 직접, 곧바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때의 긴급조치, 나아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의 ‘국민총동원령’을 연상시킨다. 국민적 권리보다는 국가적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정원·검찰·경찰 등 정보기관까지 참석하는 TF나 대책회의는 군사정권 당시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재현한 것 같아 운영상의 문제점이 제기될 소지가 없지 않다. 특정한 파업 또는 집단갈등 상황이 ‘경제나 사회 안정을 크게 위협하는지’여부를 누가 판단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자칫하면 자의적인 권력 남용이 될 우려도 있다. 이 법대로라면 예컨대 5·18민주화 운동이나 6·10 항쟁도 징치(懲治·징계하고 다스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불거진 화물연대 파업 등 일련의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제정하려는 특별법의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은 권력 남용의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위기 관리를 위한 특별법’은 토론을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결과제다. 신중한 검토와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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