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시장·군수들 보다 더 불쾌감을 갖는 것은 상징성의 훼손에 연유한다. 장소가 심히 부적절한 시장·군수협의회의 제주 워크숍은 지사가 불참하는 단호한 불쾌감 표명으로 응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지역사회 및 지역주민의 정서라고 우리는 믿는다. 워크숍 내용이야 굳이 거기까지 안가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젯 밤엔 최고급 관광호텔서 가진 만찬장에 급거 비행기를 타고 굳이 가야만 했던 지사의 속사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다. 지사가 시장·군수들 모임의 장소를 미리 이래라 저래라 할수는 물론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기피해야 할 부적절한 그들의 제주행 선택에 역시 동행함으로써 추인한 결과가 됐다.
광역단체장이든 기초단체장이든 자치단체장은 지역사회와 함께하고자 하는 지역주민과의 일체감이 으뜸가는 덕목으로 안다. 사례를 들면 내고장 담배 사기 캠페인같은 것도 그래서 주민의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우리는 워크숍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필이면 그 장소가 왜 제주이냐는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의 본질은 곧 단체장의 공직적 도덕성이다. 경관이 수려한 해안이나 산간 모임의 장소는 도내에도 허다하다. 이러한 도내를 외면하고 멀리 제주도까지 간 경비는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겠지만 어떻든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주민 부담이다. 주민 부담의 출장비를 이토록 낭비해도 된다고 보는 도덕성 해이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에 당연하다.
단체장들이 본연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관심 가져야 할 이 비상 시국에 며칠씩 도외를 찾아 이석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시장·군수도 이러한 터에 하물며 도지사까지 관할 지역을 일탈하는 도덕성 해이는 평소의 그답지 않아 실망이 크다. 물론 손 지사의 제주 여행 일탈은 예컨대 전국공무원 노조의 파업 투표가 거의 끝난 시점이지만 그같은 여행이 전날부터 미리 알려진 일정이었던 점에서 관가의 긴장감이 풀린 사실은 부인되기 어렵다.
지금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은 나라 안에 만연된 총체적 집단이기로 불안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누구보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해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 손 지사가 고작 외유성 협의회의 워크숍 잔치에 신경이 쓰여 휩쓸린 것은 유감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