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 가업(家業)

장독대를 보면 그 집안의 살림 형편과 살림 솜씨를 안다고 했다. 드넓은 장독대에 크고 작은 장독이 즐비하면 가세가 넉넉한 집안이며, 장독마다 매끄럽게 닦여 단아해 보이면 살림 솜씨가 괜찮은 집안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간장은 해가 묵을 수록이 진한 맛이 더 하므로 여유가 있는 집에선 간장독이 많았고, 장독 관리는 아낙들의 부지런함이 배어들게 마련이므로 장독을 보면 그 집 아낙들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독은 옹기다. 옹기엔 또 오지그릇과 질그릇 두가지가 있다. 오지그릇은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초벌구이를 한 다음에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굽는다. 검붉은 윤기가 나고 질기다. 질그릇은 그냥 진흙으로 굽고 오짓물을 입히지 않으므로 겉이 테석테석하며 윤기가 없다. 오지그릇보다 더 잘 깨져 ‘질그릇 깨지듯 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

옹기는 우리 식품문화의 전통적 보고다. 겨울김장을 옹기에 담아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꺼내먹는 그 맛이란 냉장고가 비할 바가 아닌 아주 일품이다. 세월이 달라져 지금의 도시 사람들에게는 장독대를 둘 곳도 없고 심지어는 김장옹기 하나를 묻을 땅이 없을만큼 온통 시멘트바닥 투성이다. 김치냉장고에 갖가지 플라스틱 제품이 나와 옹기가 추방되다시피 하였지만 옹기는 역시 고유의 식품문화 보고로 우리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여주 김일만씨(62·경기도 민속자료11호) 아들 네형제 등 5부자가 7대 200년의 가업으로 전통 옹기의 명맥을 이어 간다는 보도 내용은 그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세월이 바뀌어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인정신은 우리의 전통을 이어 준다. 가업에 자부심을 갖는 전통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옹기는 비록 사양산업이어도 그렇다고 없어서는 안되는 제조업이다. 김씨 일가의 옹기 가업에 경제적 보람도 함께 있기를 바라고 싶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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