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밭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끗 /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
노래 ‘과수원 길’의 가사에 나오 듯 아카시아 꽃은 우리와 친숙한 꽃이다. 나무 한 그루당 보통 20만원어치의 꿀이 생산된다는 꽃은 그냥 먹어도 달콤하다. 그런데 사실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시아(acacia)’는 요즘 꽃이 한창인 나무가 아니라 아열대 이남에서만 자라는 열대작물이다. 아까시나무는 학명에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인데 우리나라로 들어와 아카시아로 된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일제가 소나무를 마구 베는 등 산까지 수탈하고 그 자리에 응급복구용으로 들여와 심었다고 한다. 1890년대에 인천의 한 일본 우선(郵船)회사 지점장이 상하이에서 묘목을 구해다 인천 월미도에 심었다는 등 여러 가지 설(說)이 있다. 번식력이 강해 8·15 해방 이후 한동안 연료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심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아무리 잘라도 극성스럽게 자라는 줄기(일명 맹아지)와 그 줄기에 붙은 무성한 가시는 아까시나무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만들어낸다고 한다. 자르지 않은 아까시나무는 곁가지 없이 전나무처럼 쭉 뻗어 올라가며 큰다.
식물학자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은 “사람들이 자꾸 베어버리려고 하니까 아까시나무는 살아 남으려고 더 많은 가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린 가지의 잎은 영양가도 많고 맛 있어 산짐승이 탐내 이 역시 무성한 가시로 스스로를 방어한다는 것이다. 그럴 듯 하다.
‘아까시꽃’보다 ‘아카시아’가 세련된 것 같지만, 그러나 ‘아까시’ ‘아까시’하고 오래 부르다 보면 연인 이름처럼 정겨워질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도심만 조금 벗어나면 꽃내음이 가득히 흘러 내려오는 아까시나무 그늘에서 “아까시꽃, 아까시꽃” 하고 불러 보니까 마치 ‘아가씨꽃’ 같이 어감이 부드러워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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