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농담이 혼란스러워선 안된다. 말 속에 뼈가 든 농담일지라도 분명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노사협력 유공자 오찬 석상에서 한 말은 이점에서 심히 적절치 않다. “(노 대통령이)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재미있는 표현을 써서 역설적으로 한 말”이라고 청와대측이 해명했다기에 농중진담이거나 진중농담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는 어떻든 농담은 농담이다. 만약 농담이 아니고 진담이라면 혼란은 더 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반발한 전교조와의 합의를 두고 “대통령 지시가 먹히지 않았지만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 없었다”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을 잘못 임명한 것 같다”는 말은 당혹스럽기 까지 한다. 우리는 전교조의 반발에 타협하지 말고 법대로 밀어 붙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좌중을 웃겼다는 농담을 통해 비로소 뒤늦게 인지한 입장에서 과연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가를 헤아릴 길이 없다. 국가를 경영하는 지위에서 ‘사람(장관·수석비서관) 등을 잘못 임명한 것 같다’는 농담도 공식 석상에서 함부로 할 성격이 못된다. 아무리 재미있게 표현한 것일지라도 듣는 국민은 무척 혼란스럽다. 대통령 지시를 정면으로 어기는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의 독단이 과연 있을 수 있는 건지 의아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윤덕홍 교육부장관은 또 딴 소리를 하고 있다. “문제를 봉합해가며 냉각기를 갖기위해 유보하는 것”뿐이라고 말해 도대체 전교조와의 합의내용으로 밝힌 유보 수용과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 윤 장관은 시·도교육감의 반발과 ‘학사모’ 등의 퇴진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그 자신의 말대로 ‘봉합’차원에서 재미있게 표현한 ‘농담’일진 몰라도 교육현장은 그 때문에 더욱 더 피폐하고 국민이 듣기엔 피곤할 뿐 하나도 재미가 없다. 하물며 대통령의 지위는 더 말할 게 없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도 파장이 막심한 터에 의중 불명의 농담은 우리들 국민이 보기엔 책임 소재의 판단을 호도케 한다.
내친 김에 ‘사회적 약자’를 보는 대통령의 인식과 다른 생각을 밝히겠다. 전교조 문제를 풀어간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회적 약자’라고 한 것은 매우 수긍키 어렵다. 전교조보다 더 못한 사회적 약자가 수두룩하다. 길거리에 널브러진 청년실업자, 강제 도태당해 하루하루 살기가 힘겨운 장·노년층, 공사판을 떠돌아 노조도 구성할 수 없는 진짜 노동자 민중들, 대자본 공세에 밀려 해 먹을 게 드문 영세자본 대중들, 외화내빈 대책으로 사회에서 멀어져 가는 지체부자유인들, 열거하자면 이밖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의 민초들은 실로 허다하다. 사회적 약자란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한 농담이 아닌데도 실정이 이러하며, 대통령이 말한 ‘사회적 약자’들의 힘 있는 혼란으로 그보다 못한 힘없는 ‘개인적 약자’들이 더 고통받고 있다. 사회인 저마다의 농담에도 품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농담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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