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윤리강령이 시행된 지 불과 1주일쯤 지났는데 벌써부터 각종 편법이 나돌아 다닌다. “강령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여기 저기서 나온다. 식사값을 일정 액수로 제한한 게 ‘비현실적인 항목’ 1순위로 꼽힌다. 그래서 ‘꼼수’가 생겨난다. 값을 맞추기 위해 카드 전표 등 영수증의 날짜를 달리 하거나 식사값과 술값을 나눠 두 세장으로 떼기도 한다. 1인당 3만원 이내로 제한된 식사비용을 맞추기 위해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법도 쓴다. 청사에서 멀리 떨어진 고기집들은 단속(?)을 피해 ‘원정식사’를 하러 오는 공무원들로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변한 것은 일식·한정식 대신 대중식당으로 향하는 점이다. 양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 대신 소주와 맥주를 이용한 폭탄주나 소주와 전통주를 섞어 마시는 소위 ‘50세주’가 인기라고 한다. 골프모임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축·부의금 액수를 따지는 사람들도 많다. 축의금, 부조금은 품앗이 성격인데, 예전에 5만원, 10만원을 받았다면 그 금액만큼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업무관계자’의 범위가 애매해 결혼식 때 친지, 친구에게만 청첩장을 돌리고 공무원생활 하면서 사귄 이들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공무원 윤리강령이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으레 있었던 일이니 초반에는 몸조심하자”는 공무원들의 분위기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남 몰래 호화판 접대를 받는 소수 때문에 전체가 비리를 저지르는 것 처럼 오해를 받고 있어 사기만 꺾였다는 공무원들이 많다. 하긴 그렇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윤리강령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인당 한끼 식대가 1만원이면 벅차다. 점심 도시락을 의무화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반신반의 한다. 최근 경찰청에 의해 드러난 공무원 접대 비리나 촌지수수 관행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마치 거머리처럼 관련 업체를 착취했다. 따지고 보면 공무원윤리강령이 또 생긴 것은 공직사회가 자초한 셈이다. 공무원들의 의식이 이번에는 정말 혁신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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