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자실

청와대 기자실은 5공, 그러니까 전두환 정권 때까진 당시의 사회에선 속된 말로 선망의 출입처였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예를 들어 어느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 가려면 “기자실도 한번 들르시지요”하곤 했다. 그러면 총수가 빈손 들고 찾지 않는 게 관례였다. 이런 것 말고도 청와대 출입기자는 기자를 그만 두고 대개 좋은 자리에 들어앉는 등 권력의 접근율이 꽤나 높았다. 6공 들어 노태우 정권까지는 그런대로 관행이 계속되다가 김영삼·김대중 정권에서 점점 별 볼일이 없게 됐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는 아주 찬밥 신세가 되었다. 지난 대통령 방미 때 수행 기자들 비용을 자사에서 부담한 것은 전례 없었던 일이나 이런 것 등은 좋은 변화다.

문제는 춘추관(기자실)이다. 청와대 비서실을 마음대로 취재하기가 어렵게 되어 대변인이 배급하는 발표문이나 베껴쓰는 메신저로 전락했다. 대통령 회견에도 질문자 수를 미리 배급 하는 청와대 입맛에 맞는 관행은 계속 써먹었다. 경남 진영 땅 문제로 대통령이 특별회견을 가졌던 날도 그랬다.

그날 “무슨 질문이 저러느냐?”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진 건 역시 관행대로 중앙·지방일간지, 방송사 등으로 나눈 순번 따라 질문자가 정해져 맹탕 질문을 한 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백악관 기자들이 송곳 질문으로 땀 흘리게 만든 역대 대통령이 많았던 것은 잘 아는 이야기다. 미국 대통령 회견은 자유질문이다. 춘추관도 자유질문토록 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뒤늦게나마 수용된 것 같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기자실로 한정 시켰으면 대통령 회견 때 질문이나 마음대로 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있다. 껄끄러운 기자에겐 질문 기회를 제한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기자실 개방이란 명분으로 춘추관 문호를 활짝 열어 누구든 출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인 건 이미 들은 말이다. 취지는 그럴듯 하지만 언론사 같지 않은 언론사 기자들로 가득차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선심 쓰는 척 하면서 언론을 무력화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춘추관이 백악관 브리핑 룸 같을 날은 언제쯤일까./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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